오늘(4일) 새벽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달러=1506원을 찍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쏠림이 일어나며 그 여파로 17년 만에 '1500원 돌파'가 나타났다. 많은 투자자들이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리며 불안을 키웠지만, 이번 상황을 과거 위기들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지=더밸류뉴스 I AI생성] ◆ 세 번째 1500원 돌파…과거 두 번과는 다른 현재
역사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단기 외채는 638억달러에 달했지만 외환보유액은 9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과다 차입과 만기·통화 불일치가 동시에 터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고 환율은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IMF외환위기와 2026년 현재(중동발 위기) 비교. [자료=더밸류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고, 원·달러 환율은 2008년 11월 24일 1513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이번 환율 급등의 주요 배경은 국내 금융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중동 지역 지정학적 충돌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이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원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흔들린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59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순대외자산도 3642억달러에 달해 한국은 순채권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화가 고갈되며 국가 신용이 흔들렸던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다.
◆ "달러 부족 위기 아니다"...정책 당국, 시장 안정 대응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정책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연기금은 환율 안정 차원에서 약 100조원 규모의 환헤지 물량을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내 달러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행 CI. [자료=한국은행]
통화당국도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예정됐던 해외 출장을 취소하고 긴급 회의를 열어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외환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충분하고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 상황과 관련해 "지난밤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 외환시장의 달러 유동성은 충분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율과 금리 등 금융시장 가격 변수가 국내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하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시장 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정부와 협조해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