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절 연휴를 계기로 무신사가 방한 소비 수요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상하이 진출 이후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온 무신사가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한한령 완화’ 수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2월 15일부터 23일까지 춘절 연휴 기간 중국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다. 연휴 일수 차이를 반영한 일평균 기준으로도 무신사 스토어는 219%, 무신사 스탠다드는 132% 늘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성수·한남·홍대·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2030 세대 매출 비중이 70%를 웃돌며, 중국 젊은 소비층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면세점·백화점 중심이던 과거 쇼핑 루트가 로드숍과 브랜드 타운형 상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글로벌 패션 매거진 보그(Vogue)는 최근 서울 패션 유통을 조명하며 무신사를 전통 유통 강자를 위협하는 ‘디스럽터’로 지목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공간을 전략적으로 확장하며 서울 패션 생태계의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전경. [사진=무신사]
◆면세점 모델의 균열, ‘경험형 로컬 유통’의 부상
외국인 소비는 오랫동안 면세점과 백화점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관광객이 ‘가격’이 아니라 ‘공간·콘텐츠·브랜드 스토리’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수 일대의 무신사 매장은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K-패션을 체험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유통의 본질이 ‘상품 전달’에서 ‘문화 경험 제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역습
무신사는 온라인 기반 이커머스 기업이다. 그러나 성수에 본사를 이전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이 오프라인을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존 전략을 넘어, 오히려 오프라인을 브랜드 파워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움직임이다.
유통업의 경쟁 단위가 ‘매장 수’가 아니라 ‘상권 장악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나의 브랜드가 상권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묶는 전략은 기존 백화점 중심 유통 구조와 결이 다르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무신사]
◆관광 소비의 구조적 변화, ‘K-패션 게이트웨이’ 모델
중국 상하이 매장과 서울 성수를 연결하는 전략은 단순 해외 진출이 아니다. 이는 ‘현지 인지도 확보 → 한국 방문 시 체험 소비 → 재구매 온라인 전환’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즉, 무신사는 서울을 글로벌 소비의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 패션 브랜드가 해외로 나가는 통로이자, 해외 소비자를 국내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양방향 유통 허브’ 모델이다.
춘절 매출 급증은 표면적으로는 명절 효과다. 그러나 면세점 대체 상권의 형성, MZ 세대 중심 소비 집중, 플랫폼 기업의 오프라인 지배력 확대라는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단기 이벤트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중 문화 교류 분위기 완화가 가속화될 경우, 외국인 소비 회복은 특정 시즌이 아닌 상시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유통의 중심이 ‘건물 안’에서 ‘상권 전체’로, ‘상품 판매’에서 ‘문화 경험’으로 이동하는 국면. 무신사의 이번 춘절 실적은 그 변곡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