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해, 한글의 조형미를 세계적 예술로 끌어올린 작가가 있다. 허회태 작가다. 그는 한글을 단순한 ‘기호’가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그려낸다. 그의 작품 속 한글은 읽히는 언어가 아니라 ‘보이는 감정’이 된다.
[사진=허회태]
허 작가의 한글서예는 획 하나하나가 숨을 쉰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유려하게, 한글은 그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는다. 필묵의 농담(濃淡)과 오색의 흐름이 어우러진 화면 속에서 한글은 회화가 되고, 시(詩)가 되고, 존재의 언어가 된다. 문자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추상화처럼 펼쳐지는 조형미는 감각적이면서도 신비롭다.
그의 예술세계는 ‘상형성’과 ‘의인성’에 있다. 허 작가는 한글을 상징적 도형으로 재해석하고, 감정을 부여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더 이상 정적인 글자가 아니다. 서로 부딪히고, 이어지고, 흘러가며 새로운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그는 “한글은 단순히 기록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 정신과 미학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사진=허회태]
허회태 작가의 작품은 단 한 획에서도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한다. 한글의 조형적 구조에 예술적 해석을 덧입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다. 보는 이로 하여금 ‘글자’가 아닌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완성된 서체가 아니라, 한글이 품고 있는 ‘숨결’ 그 자체다.
그의 붓길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서당을 운영하던 백부 아래에서 다섯 살 때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배우며 글씨의 세계에 들어섰고, 중학교 시절 전국 서예대회를 휩쓸었다. 상명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후,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서예계의 젊은 거장으로 떠올랐다.
[사진=허회태]
허 작가의 작품은 국경을 넘어 세계를 매료시켰다. 스웨덴 국립박물관 특별초대전, 미국 5개 갤러리 순회전(7개월) 등을 통해 ‘한글의 미학’을 세계에 알렸고, CNN ‘그레이트 빅 스토리(Great Big Story)’, ABC, 폭스(FOX) 등 주요 방송사가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한글날의 의미가 새롭게 빛나는 지금, 허회태 작가의 한글은 언어가 예술이 되고, 전통이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됐다. 그의 붓끝에서 태어난 한글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말하고 있다.
“나는 한국의 숨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