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 위축으로 유통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이랜드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달성해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와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가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자층을 확보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 각각 25%, 70% 증가를 예상했다. 뉴발란스도 국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이랜드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반면 이랜드리테일은 팬데믹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편의점 사업 진출을 통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포화 상태인 편의점 시장에서 이랜드리테일의 신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랜드 강점은 ‘착한 가격’…스파오•애슐리퀸즈 매출액 고공행진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랜드 계열사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주목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패션, 식품 부문 성과가 두드러진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 매출액은 지난 2023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본아이템이 많이 팔린 덕분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21일까지 티셔츠와 데님 라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7%, 10% 늘었다. 전체 의류 매출액은 85% 증가했다.
이랜드이츠의 외식 브랜드 애슐리퀸즈는 지난 2023년 236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67%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매장 수를 지난 2023년 77개에서 지난해 110개로 늘렸다.
이랜드 소속 브랜드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력 사업 집중을 꼽을 수 있다. 이랜드는 고품질 제품을 절반 가격에 제공하는 게 자사의 경쟁력이라고 판단해 가성비를 공략했다. 스파오는 지난해 10월 ‘착한 가격’ 라인업을 론칭해 웜테크(발열) 내의 9900원, 베이직 푸퍼 6만9900원, 플리스 2만9900원에 선보였다. 웜테크는 지난 2009년 첫 출시 당시 가격인 1만2900원보다 낮췄고 푸퍼와 플리스는 지난해 가격을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기본 내의류 연간 판매량은 92만장을 달성했다.
애슐리퀸즈는 1만9900원에 200종의 식사와 후식을 제공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랜드이츠의 타 브랜드 이랜드팜앤푸드와 공동 구매를 통해 구매 단가를 줄였고 지난 2021년에는 클래식, W 등으로 나눴던 등급을 통합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애슐리퀸즈의 메뉴를 즉석조리식품으로 즐길 수 있는 '델리 바이 애슐리'도 인기다. 이랜드킴스클럽이 지난해 3월 선보인 브랜드로 상품 가격을 3990원으로 맞췄다. 이를 통해 이랜드킴스클럽의 올해 즉석조리식품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81% 증가했다.
이랜드는 자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전략으로 소비자 호응을 얻어냈다.
◆뉴발란스 단일 브랜드로 국내 연매출 1조원 달성…신발과 겨울 다운 재킷이 이끈 호실적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도 지난해 국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이랜드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뉴발란스는 1906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회사로 이랜드월드가 2008년 단독 판권 계약을 맺으며 처음 국내로 들어왔다. 운영 첫해에 연매출 250억원을 기록했고 16년 뒤인 지난해 1조 클럽에 진입했다.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브랜드 중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은 뉴발란스, 나이키, 노스페이스, 유니클 등 일부에 불과하다. 뉴발란스는 지난 2021년 백화점 매출 기준 아디다스를 제치고 1위인 나이키 다음인 2위를 기록, 여전히 이를 유지 중이다.
뉴발란스의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신발 부문이었다. 신발 부문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대표 상품으로는 ‘993 시리즈’와 ‘530 시리즈’가 있다. 지난 2020년 출시된 ‘530 시리즈’는 2010년 미국 본사에서 출시한 기능성 러닝화를 패션 러닝화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현재 누적 판매량 200만개을 돌파했다.
의류 부문은 국내 고객 취향을 반영해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특히 지난 2016년 '뉴발란스 우먼스'를 론칭하며 균형감과 곡선미를 강조한 이미지를 선보였고 이를 통해 여성 고객을 확보했다. 론칭 당시 앰버서더 김연아와 협업한 '연아 다운'을 출시하며 판매량 10만장 이상을 기록했. 이후로도 매년 여성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에 대해 분석하며 겨울 다운 재킷을 개선하고 있다.
한편 이랜드월드는 올해 뉴발란스의 판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운영을 시작하며 5년마다 계약을 갱신했고 2020년 라이선스 만기를 올해 12월까지 연장했다. 만약 올해 재계약에 실패하면 미국 본사가 진출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이랜드월드 수익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킴스 편의점’ 통해 편의점 사업 선언한 이랜드리테일…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법
고공 행진하는 타 계열사들과 달리 이랜드리테일은 팬데믹 이후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23년 6월 '킴스 편의점'을 론칭하며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며 연매출 1조7562억원으로 감소했고 실적 하락이 2022년까지 이어졌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어려워지고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며 국내외 패션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여기에 킴스클럽 등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이커머스 플랫폼에게 밀리며 성장세가 꺾였다.
실적 반등을 위해 이랜드리테일은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23년 6월 봉천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신정점, 지난해 1월 신촌점, 10월 염창점, 11월 도곡점을 오픈했다. 기존 편의점과 다른 점은 운영시간이 24시간이 아닌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라는 점, 상품이 신선식품 위주라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킴스 편의점이 SSM에 가까운 형태라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SSM은 규모가 커서 일반 점주가 운영하기 어렵고 편의점은 공간이 협소해 신선식품을 다루기 어려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이미 레드오션인 편의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2023년 국내 편의점 수는 5만5254개를 기록했다. 국내 인구 수 기준 920여 명당 한 개 꼴이다. 게다가 현재 많은 편의점이 SSM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킴스 편의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 브랜드와 차별점이 필요하다.
이에 킴스 편의점은 산지 직거래 시스템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킴스 편의점 운영사인 킴스클럽은 신선식품 직유통 체인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각 지역에 저장 센터를 설립하고 농가나 지역 공판장에서 원물을 저렴하게 구매해 빠르게 배송 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이랜드리테일이 향후 편의점 사업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