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대표이사 강한승 박대준)이 유통업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올해초 이마트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쿠팡은 10조원대 매출을 3분기 연속 지속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로 4,000억 달러 규모의 명품 시장에 진출했고, 대만에서는 현지 최다 다운로드 쇼핑앱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럭셔리 서비스 'R.Lux'와 풀필먼트 앤 로지스틱스 바이 쿠팡(FLC) 출시로 신규 서비스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자본잠식 위기를 겪었던 쿠팡이 6년만에 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각각 1조달러, 2000억달러를 웃도는 것에 비하면 200억달러대인 쿠팡의 기업가치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한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쿠팡의 유통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 3Q 매출 10.7조 기록...성장사업 매출 356%↑, 신사업 날개 달았다
쿠팡은 지난 3분기에 매출 10조69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1.93% 증가한 수치로, 파페치를 제외한 순수 쿠팡 매출도 25% 성장한 10조9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81억원으로 29.23% 증가했으며, 직전분기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로켓그로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이다. 이 부문의 3분기 매출은 9조3650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증가했으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억7000만 달러로 18% 성장했다. 특히 활성고객이 2,250만명으로 11% 늘어났고, 1인당 매출도 43만2160원으로 8% 증가하며 질적 성장을 입증했다.
대만사업, 쿠팡이츠, 파페치 등 성장사업 부문은 3분기 매출액 1조32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356% 증가했고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1억2700만달러로 21% 감소해 적자폭을 줄였다.
국내 물류 인프라 강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쿠팡은 3분기에만 5205억원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했으며,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9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호남권 최대 규모의 광주첨단물류센터는 지난 10월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해 전국적인 로켓배송 서비스 확대를 위한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쿠팡은 전국 100개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를 통해 한국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지역을 반경 7마일 이내에서 커버할 수 있는 물류망을 구축했다.
◆대만서 韓 로켓배송 시스템 통했다...명품·물류서비스로 글로벌 도약
이와 함께 쿠팡의 글로벌 진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50여개국 1400여개의 명품브랜드를 취급하는 최대 규모의 파페치 인수로 4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으며 대만 시장에서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타오위안시에 두번째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하고 현지 최다 다운로드 쇼핑앱으로 자리 매김했다. 한국에서 검증된 로켓배송 시스템을 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다. 경영진은 수년간 개발한 첨단 기술과 프로세스를 활용해 대만에서 한국보다 더 빠른 수익성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Lux'와 풀필먼트 앤 로지스틱스 바이 쿠팡(FLC)의 혁신적인 신규 럭셔리 서비스 성장도 눈에 띈다. 'R.Lux'는 파페치 인수 후 론칭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상품을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와 결합해 제공한다. FLC는 소규모 파트너사의 보관·재고·배송을 관리해주는 물류 솔루션으로,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와 유사한 서비스다.
이번 파페치 3분기 상각 전 영업손실이 전분기대비 397억원 감소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쿠팡은 연말까지 파페치의 운영을 안정화시키고 내년부터는 양사 간의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김범석 의장의 '관계중심' 성장 동력..."쿠팡의 성장은 지속될 것"
김범석 의장은 하버드대학교 정부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지난 2010년 쿠팡을 창업, "고객에 집중하면 답이 보인다"는 경영철학으로 쿠팡을 이끌어왔다. 최근 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500만주의 주식을 매각하고 200만주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당 22.97달러에 매각된 주식의 총액은 약 3억4455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금 납부 등 재정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매각 후에도 73.7%의 의결권을 보유해 경영권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쿠팡의 성장을 돌아보면 시의적절한 투자 유치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2017년 자본잠식 위기 상태에서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그 전인 2015년에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아 로켓배송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 2011년 알토스벤처스와 매버릭캐피탈이 주도한 시리즈 B 투자는 초기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그중 가장 오랜 파트너는 그린옥스 캐피탈이다. 지난 2010년 12월부터 이사회에 참여한 그린옥스의 수장 닐 메타는 현재까지도 최장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가 지연되던 시기에 5천억원 규모의 브릿지 라운드를 단독으로 제공하며 쿠팡의 로켓배송 투자를 지원했고, 최근에는 김 회장의 주식 매각기간 지속적으로 쿠팡 주식을 매입하며 시장의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밖에 파페치 인수에서도 19.9%의 지분을 취득하며 핵심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쿠팡의 성장으로 윈윈하는 모양새다. 쿠팡의 현 기업가치는 200억달러 수준으로, 아마존(1조달러 이상)이나 알리바바(2000억달러 이상)에 비하면 초기 단계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히려 쿠팡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한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투자은행 번스타인, 홍콩 CLSA, 스위스 투자은행 UBS, 도이치뱅크 등은 주식을 상향 조정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 대만에서의 성공적인 안착, 글로벌 유통 서비스와 파페치를 통한 글로벌 명품 시장에 진출한 쿠팡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