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회장 최태원)의 성장 전략의 핵심인 M&A도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SK텔레콤(대표이사 유영상, 이하 SKT)은 그룹의 AI 사업을 주도하며, AI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과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의 합병, 앤스로픽, 오픈AI, 람다, 퍼플렉시티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AI 인프라 및 서비스 개발 등 글로벌 AI 기업으로 비상하고 있다.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합병...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의 신호탄
SKT가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자회사 사피온코리아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 비율은 1:2.4로, 합산 기업가치는 약 1조3000억 원이다.
합병 법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SKT, SK하이닉스, SK스퀘어로 구성된 사피온 주주진은 보유 주식 중 3%를 매각해 리벨리온 경영진의 1대 주주 지위를 보장할 예정이다. 또한, 주요 주주들은 일정 기간 동안 상대방의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이번 합병은 리벨리온의 상장 추진 시기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리벨리온은 최근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양사의 실적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리벨리온은 매출 27억 원, 영업손실 159억 원을, 사피온은 매출 56억 원, 영업손실 25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리벨리온의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 양산과 사피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X330' 납품 등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SKT와 리벨리온은 향후 2년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올해 내 합병법인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유영상 대표는 "AI 밸류체인 중 핵심 분야인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 밸류체인 구축에 올인하는 SKT...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주목
SKT는 글로벌 AI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AI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T는 AI 인프라, AI 서비스, AI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T의 AI 밸류체인 구축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AI 인프라 강화다. 지난 7월,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GH)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한 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Lambd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에 대규모 엔비디아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람다와 기존 SK브로드밴드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 H100을 배치하고 AI데이터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둘째, AI 서비스 개발이다. SKT는 지난 2022년 개인화 AI 비서 서비스 'A.'를 출시한 데 이어, 앤스로픽(Anthropic), 오픈AI(Open AI) 등과 협력해 통신사 전용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에 착수했다.
셋째,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이다. SKT는 도이치텔레콤, e&, 싱텔, 소프트뱅크와 함께 글로벌 통신사 AI 연합(GTAA)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유선 및 모바일 네트워크를 AI 인프라로 전환하고, 글로벌 개인화 AI 비서(PAA)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SKT의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개별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에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부터 인프라, 서비스에 이르는 전체 AI 밸류체인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최신 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은 SKT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KT의 AI 밸류체인 구축은 단순히 기업의 성장 전략을 넘어, 국내 AI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SKT가 구축하는 AI 인프라와 서비스는 국내 AI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은 국내 AI 기술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SKT 대표의 AI 전략...단기·장기 로드맵 제시
유영상 대표는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줄곧 글로벌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유 대표는 취임 당시 'AI & Digital Infra 서비스 컴퍼니'로의 진화를 선언했고, 지난해 10월에는 AI 투자 비중을 오는 2028년까지 33%로 확대하고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7월에는 'AI & OI(본원적 경쟁력 강화, Operation Improvement)' 전략을 발표, AI 사업 확대와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유 대표는 AI 사업 전략을 단기적으로는 AI B2B, AI B2C 등 신성장 사업 경쟁력 강화, 장기적으로는 기존 통신사업의 AI 전환 완성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와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AI 인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AI 인력을 2,118명까지 늘렸으며, AI 포럼을 통해 기술 인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T는 AI 기술을 통신 산업에 접목시키는 것을 넘어, AI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T우주',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등 AI 기술의 실용화를 추진 중이며,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 AI 인프라 구축, AI 서비스 개발 등 국내외 굴지의 기업과 협업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AI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SKT의 AI 중심 경영 전략"을 강조했다. AI 기술 개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AI 인프라 확충, 인재 육성 등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SKT가 AI 시대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