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두 가문의 독립경영 체제로 70여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온 영풍(대표이사 박영민)과 고려아연(대표이사 최윤범)이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충돌했다.
영풍은 21일 "제50회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총 부의의안 중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 훼손이 우려되는 의안을 확인했다"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 그룹은 줄곧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일관되게 "없다"라고 답하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이번 영풍의 입장 발표로 두 가문이 처음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면서,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데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영풍이 반대하는 첫번째 의안은 고려아연의 배당 결의에 관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주주총회 의안으로 결정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앞서 중간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한 바 있어, 합산하면 지난해 연간 현금배당금은 1주당 1만5000원인 셈이다.
이는 2022년 연간 현금배당금 2만원 대비 5천원 감소한 금액이다. 이에 영풍은 1주당 1만원으로 결산 배당을 수정하는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지난해 8월 중간 배당으로 고려아연으로부터 518억원의 배당금수익을 얻은 바 있다. 또, 지난 3분기 영풍은 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고려아연 지분에 따른 지분법손익 933억원이 적용돼 당기순손익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고려아연으로부터 상당 부분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이 안건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풍은 “신주인수권에 대한 제한을 풀어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임의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전체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2022년 8월 우호세력인 한화를 시작으로 LG, 현대차 등 기업에 대한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약 5%를 추가 확보했다.
현재 영풍과 고려아연의 각 지분은 약 33%로 양측 모두 비등한 상태다. 또,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돼 이번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