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5번 출구를 나와 여의도공원쪽으로 걷다 보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은회색 빌딩 2개가 눈에 들어온다.
'LG 트윈타워'다.
빌딩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LG트윈타워는 동관, 서관의 2개 쌍둥이 건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쌍둥이 빌딩이며, 두 건물 모두 은회색이고 층수도 34층으로 동일하다.
◆설계 당시에는 쌍둥이 건물 아닌 '단일 54층 건물'
LG트윈타워는 서울 '여의도 상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용 인원이 1만 명에 이르고, 1000여 대 규모의 주차장, 36대의 엘리베이터, 2대의 에스컬레이터를 갖추고 있다. 비상인터폰, CCTV용 카메라, 자동조명 및 냉난방장치, LG커뮤니케이션 센터, 메일 컨베이어 시스템, 윈도 워싱머신, 퍼즐파킹 시스템 등 첨단시설을 갖췄다. LG그룹 본사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의 계열사들의 사무실 전용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관과 서관이 같은 모양으로 짝을 이루고 있기에 시중에는 LG그룹을 창업한 구씨와 허씨를 상징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데 LG트윈타워는 애초 설계 당시에는 쌍둥이 건물이 아니었다.
1978년 3월 LG는 지금의 자리에 지상 54층의 싱글 타워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의 34층보다 높고 건물은 1개동이었다. 첨단 시설을 갖춘 비즈니스 타워를 건립해 한국 경제 발전을 상징하는 여의도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여론도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LG의 싱글타워 계획 발표 직후 이란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건물들이 붕괴되는 모습이 방영되고 충남 홍성에서도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초고층 건물이 사고에 취약할 수 있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여기에다 대한항공 902편 격추사건도 발생했다.
LG의 원래 계획은 이런 곡절을 거치면서 결국 층수를 낮추고 쌍둥이 건물을 짓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지어진 건물이 '럭키금성타워'(현 LG트윈타워)이다.
◆1987년 완공 '여의도 랜드마크'
LG트윈타워는 1987년 6월 완공 당시 '여의도 랜드마크'로 화제를 모았다. 지상높이 134m, 지상 34층, 지하 3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대지면적 1만4774㎡, 연건축면적 15만8678㎡이다. 당대 최고의 설계사인 SOM이 설계했으며, 럭키개발(현 GS건설)이 4년간 시공했다.
2020년 바로 옆에 파크원빌딩(타워A 69층. 타워B 53층)이 들어서면서 LG트윈타워는 이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파크원빌딩이 강렬한 빨간줄 무늬가 있지만 LG트윈타워는 '은회색 소박함' 그 자체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특성이 오히려 LG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기 일을 하는 기업문화'를 적절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LG트윈타워 입구에는 '제주도 돌하루방 부부'를 연상케하는 조각상이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LG그룹을 창업한 구씨와 허씨를 상징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며,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세우면 특정 비율 이상의 금액을 미술품에 사용해야한다는 설립 당시의 건축법에 따라 미술품을 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술품 작업에 참여한 정확한 조각가나 기업에 대해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LG트윈타워는 2009년 9월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돼 2011년 4월 공사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