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7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포함한 사업 계획과 운영방향을 밝힌다.
2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27일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산업은행의 주요 사업계획과 운영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동걸식 해법' 성과... 두산인프라·금호타이어
이동걸 회장은 2017년 9월 산업은행 수장에 취임한 이래 기업 국내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M&A(인수합병)를 진행해왔다. 이동걸 회장이 즐겨 사용하는 '파격적인 지원을 통한 업계 메이저 기업으로의 경영권 이전'이 성과를 내면서 이른바 '이동걸식 해법'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이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기 위해 직접 이 과정에서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이 회장은 전통적인 M&A 방식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때 `이동걸식 해법'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생겼다.
또, 이동걸 회장의 주도로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돼 지난해 8월 현대두산이프라코어가 출범했다. 이에 업계1위 현대중공업의 독과점 논란이 있었으나 이 회장은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존 사업자가 기업을 잘 운영해 다시 부실을 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라며 두산인프라코어 M&A를 높게 평가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사안도 있다.
쌍용자동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1월 10일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M&A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서울회생법원에 에디슨모터스와의 투자계약 체결 관련 허가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바로 허가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앞으로 회생 계획안에 대해 채권자 및 주주의 동의를 얻고, 서울회생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등 통과 해야할 관문이 많다. 특히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잔금 2743억원을 지급해야하고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판단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자금조달을 위해 에디슨모터스는 산업은행에 7000억원을 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산업은행에서 거절 의사를 표했다.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가 산업은행의 도움없이 쌍용차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을 계획했으나 실패한 후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으로 플랜B를 실행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되자 발빠르게 플랜B를 가동해 대한항공이라는 굴지의 기업을 주인으로 찾아준 전략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항공 독과점 우려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항공사들의 심사가 지연됐다. 공정위에서는 독점 노선 반납이라는 내용을 추가한 `조건부 승인`을 제안했고 EU에서는 여전히 심사가 남아있다. 이에 인수기업인 대한항공의 고민도 커졌고 이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내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에 아쉬움을 표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무산, '이동걸식 해법' 시험대
이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이동걸식 해법은 시험대에 올랐다.
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M&A가 불발되며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아주려던 산업은행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3년전부터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낙점하고 밀어붙여 온 `이동걸식 해법'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회장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은 될 기업에 몰아주자 라는 철학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가 추진해온 모든 M&A는 그래왔다.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두산인프라를 현대중공업에 넘겨주는 등 어려운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은 동종업계로 그 시장을 잘 이해하고 충분한 자금력이 있는, 이른바 `될놈`에게 만 몰아준다. `될놈`에게 만 몰아주는 그의 M&A방식은 성과도 있었지만 독과점 이슈와 함께 인수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현대중공업을 낙점한 이유는 동종 업계로 시장이해도가 높고 자금력이 충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 M&A를 반대한 EU의 입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동종업계인 이유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산업은행과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동걸식` M&A는 다시 시험대에 올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문제는 이 회장의 M&A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공개 매각으로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인 매각 방식이 아닌 이전부터 이 회장이 고수해 오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의 매각 방식이 활용돼야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지금껏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아시아항공 등과 같이 대우조선해양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을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M&A방식은 기업 구조조정 담당자로서 이례적인 케이스라며 자신의 소신을 갖고 국책은행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높게 산다”며 이 회장의 산업재편 방향을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