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LG에서 분리돼 오는 5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LX홀딩스(가제)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삐걱대고 있다. 'LX'라는 상표를 두고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제동을 걸고 나서는가 하면 LX홀딩스의 주력 계열사 LG하우시스의 적자사업부 매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LX홀딩스, LG에서 분리돼 재계 50위권 독립
㈜LG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LX홀딩스’라는 신설 지주사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LX그룹은 인적분할식으로 올해 5월 1일 출범한다. LG그룹이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X홀딩스로 재편되는 것이다. LX그룹에는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판토스의 5개사가 편입된다.
이번 분리는 LG그룹의 ‘장자승계, 분리경영’ 전통에 따른 것이다. LX홀딩스의 오너인 구본준(70) ㈜LG 고문은 구광모(43) LG그룹 회장과 삼촌 숙부사이다. 구체적으로, 구본준 고문의 친형 구본무(1945~2018) 전 LG그룹 회장의 장남이 구광모 회장이다.
구본준 고문은 ㈜LG 보유 지분 7.72%를 활용해 LG상사를 비롯한 5개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LX그룹은 자산(7조6290억원) 기준으로 재계 순위 5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매출액은 18조6000억원 가량이며, LG상사와 판토스가 입주해 있는 서울 LG광화문빌딩을 사옥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상사는 에너지‧팜, 산업재‧솔루션 사업을 영위하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물류 자회사 판토스 수익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실리콘웍스도 반도체 수퍼사이클 속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국토정보공사, "LX 명칭 10년전부터 이미 사용중"
그런데 돌발 변수가 터지고 있다.
이달초 LX한국국토정보공사(사장 김정열)는 LG그룹 신설지주사를 상대로 법원에 LX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기 위해 법무법인 선임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말 김정열 국토정보공사 사장은 LG측에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X라는 영문약칭을 10년전부터 사용해오고 있다"며 LX 사명 사용중단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G그룹의 신설 지주사가 한국국토정보공사와 동일한 영문명칭을 사용할 경우 공공기관의 신뢰성 하락과 국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LG측은 “두 회사의 상표가 디자인, 색상 등이 명확히 구분돼 오인 가능성이 적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3월 LG는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준비하며 특허청에 ‘LX’, ‘LX하우시스’, ‘LX MMA’ 등 수백 건의 상표를 등록했다.
아직 어느 쪽도 양보 입장을 밝히거나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아 자칫 실제로 법적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LG하우시스, 적자사업 매각무산
여기에다 LX그룹의 주력 자회사의 하나인 LG하우시스의 적자사업부 매각이 무산됐다. LG하우시스 사업부문 가운데 실적이 나쁜 자동차소재와 산업용필름 사업의 매각협상을 현대비앤지스틸과 진행해왔으나 최근 무산됐다. LG하우시스는 현대비앤지스틸과 MOU를 맺고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업계에서는 LG하우시스의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던 자동차 부문 사업을 매각하면 수익성 개선과 건자재 사업확대에 사용할 현금을 확보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1일 목표로 하는 LX그룹의 순조로운 출범에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구본준 고문의 신설 그룹이 LX사명 없이 출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구본준 고문의 검증된 경영능력에도 불구하고 LX그룹의 순조로운 출발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LG그룹에서 분가한 그룹으로는 GS, LS, LF, LIG, 희성그룹 등이 있다. 이 가운데 GS, LS처럼 LG에서 분리된 이후 사세가 확장된 곳도 있지만 위축되거나 몰락한 케이스도 없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이 LX그룹의 성공 출범을 위해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벌써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