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에너지산업 인수합병(M&A)이 급증하며 에너지 사업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삼정KPMG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에너지 산업 M&A 거래액(거래건수 449건)은 1485억 달러(164조원)로 전분기 대비 10배, 전년비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2분기 에너지 산업 M&A 거래액은 146억 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3분기 들어 급증했다. 삼정KPMG는 "코로나19로 기존 에너지 산업의 메가 트랜드가 가속화되면서 미래의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발 빠른 움직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은 전기화 및 디지털화, 탈탄소화, 분산화의 흐름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에너지 시장에서 5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국제석유기업, 산유국영기업, 대형 유틸리티, 빅테크, 재무적투자자의 최근 M&A 동향을 분석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지난 5년간 총 132건, 864억 달러 규모의 적극적인 인수 전략을 펼쳤다. 2019년 거래액이 170억 달러였으나 지난해 292억 달러 규모에 이르며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쉐브론은 천연가스 기업인 노블에너지를 127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토탈도 신재생 에너지와 전력 분야 사업 확장을 위해 다이렉트에너지의 지분 74%를 257억 달러에 취득했다.
산유국영기업들은 최근 5년간 인수자로 참여한 딜은 국제석유기업에 비해 건수나 규모 면에서 소극적이었으나 매도자로 활동을 활발히 했다. 특히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는 2019년 19건의 자산을 매각했으며, 지난해 10월까지 총 15건, 10억 달러 규모의 매각을 진행해 막대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틸리티 기업들의 M&A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16년부터 재생에너지 딜이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지난해 10월까지 재생에너지 딜은 89%에 육박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유지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에너지 산업 다운스트림인 발전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선도적 IT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자사 사용 전력의 100%를 충당하는 캠페인인 'RE100'에 참여하고 있는데, 구글은 이미 2017년에 목표를 달성, 2019년엔 18개국의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단행했다.
재무적투자자 자금은 태양광과 풍력에 몰렸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웨스트포드 솔라 인수했고, KKR은 지난해부터 인도내 태양광 프로젝트 5곳을 인수하는 등 태양광에 집중하는 추세다. 크레딧스위스와 UBS는 각각 독일 아르코나 풍력단지와 3개의 텍사스 풍력단지를 인수하는 등 풍력에 투자하고 있다.
김광석 삼정KPMG 에너지 산업 M&A 리더 부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업계 리더들의 선제적인 M&A로 귀결되고 있다"며 "에너지원 중에서는 신재생과 가스, 밸류체인에서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M&A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대표는 “국내 기업들 역시 민첩하고 적극적인 M&A전략을 통하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