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억9000만도즈(1회분)를 확보한 데 비해, 한국의 확보 물량은 6400만도즈뿐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부가 사용한 ‘K-방역’ 홍보비만 무려 12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와, 백신 수급에 써야 할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울러 WSJ(월스트리트저널)은 박능후 장관의 말을 인용, 한국 정부가 합리적인 가격을 채택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이 처참한 수준이다. 현재 제약기업으로부터 확보한 백신 규모는 6400만도즈(3400만명분) 정도지만, 화이자·얀센·모더나와는 구매약관을 체결했을 뿐 수급이 100% 확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 장담할 수 있는 수급량은 영국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의 2000만도즈(1000만명분)뿐으로 확인된다.
화이자·얀센·모더나와의 구매약관에 대해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서"라며 "12월에 본 계약을 체결하도록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반해, 지난 11월 17일 일본 정부는 이미 모더나에서 5000만병, 화이자에서 1억2000만병,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억2000만병 등 도합 2억9000만병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1억4500만명 분량에 해당하는 백신 확보를 통해, 일본은 전국민 대상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2020년 통계청 발표 기준, 일본 전체 인구는 약 1억2648만명이다.
◆野 “홍보비로 1200억원 혈세 낭비”...정부 반박 “67억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희생과 적극적 협력으로 이뤄진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억제가 자신들의 업적인 것처럼 K-방역이라고 자랑해 왔다”며 “선진국들이 백신 확보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려 1200억원 가까운 홍보비를 들여 K-방역 자화자찬에만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15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국민의힘 주장의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1200억원이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확인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올 한해 방역에서 쓴 홍보비는 67억원”이라며 “이 역시도 전액 K-방역 홍보보다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방역수칙에 대한 TV광고, 언론사 광고, 인터넷 콘텐츠 등에 대해 집행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박에도 불구하고, K-방역 홍보예산은 있었던 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이 뒤늦게 편성됐다는 점에서 정부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17일 일본이 2억9000만도즈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힌 데 반해, 한국 정부는 11월 10일에서야 965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안을 신규 의결한 바 있다.
◆“백신이 주식이냐”…적정가 매수를 위한 관망
11월 1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지 WSJ(월스트리트저널)이 ‘코로나19 백신, 한국은 가격이 적절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주된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11월 17일 박능후 장관이 “초기 예상과 달리, 제약기업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며 “백신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얻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17일 긴급브리핑에서 박 장관은 “(우리가)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고 덧붙였는데, 결국 이 같은 자신감이 현재 3차 유행이라는 악재를 방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 접종 전까지 꾸준히 이뤄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데, 잠시 줄어든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자만해 백신 확보를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구매가격 4달러 선으로, △화이자 20달러 △얀센 10달러 △모더나 15~25달러와 비교해볼 때, 현저히 저렴한 가격이다. 한국 정부는 뒤늦게 화이자·얀센·모더나와의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안전성 때문에 수급 늦다더니…효능 70%짜리 백신 선구매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백신 수급 지연에 대한 또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백신 관련 부작용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접종 사례를 참고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백신 수급 계획에 따르면, 수급은 내년 3월 쯤 이뤄질 전망이고 접종은 그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 시기 미정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예방접종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나 외국 접종 동향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다소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안전성을 중시해 백신을 선택했다면,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뛰어난 안전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백신들이 일련의 부작용들을 갖고 있고, 더군다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FDA(미국식품의약국) 긴급사용승인도 얻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화이자 백신이 사용승인을 마치고 美 전역으로 배포되는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이 다른 백신에 비해 뛰어나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능이 70%로 확인돼, 화이자의 95%와 모더나의 94.1%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