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제재가 15일에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를 핵심 고객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이는 지난달 17일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에 따른 조치다. 미 상무부는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미국 기술을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는 미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올해 5월에도 화웨이 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화웨이의 설계대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만 규제 대상이었지만, 이번 추가 제재안은 규제 대상이 거의 모든 반도체 업체로 확대됐다.
반도체 시장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까지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기업의 장비 및 부품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정부에 화웨이 반도체 공급을 하기 위한 승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급 허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지만 미 정부가 어느 범위까지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화웨이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인 만큼 국내 반도체 업체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37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화웨이 관련 매출 비중은 11.4%로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화웨이는 두 회사의 5대 매출처에 포함된 ‘큰 손’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실적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화웨이는 미국의 추가 제제를 앞두고 상당량의 반도체 재고를 확보해 둔 상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웨이는 지난해 말부터 정보기술(IT) 부품 재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6개월치 이상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럼에도 추가적으로 메모리 재고를 확보하려 했다는 점은 화웨이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고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화웨이는 올해 초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화웨이가 자금 조달을 위해 약 20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