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통제 조치 품목에 대해 두 번째 수출 허가를 냈다.
지난 19일 반도체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일본 JSR가 삼성전자로 수출하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6개월분(300만배럴)에 대해 수출을 허가했다.
앞서 지난 7일 일본 정부는 신에쓰화학이 삼성전자로 수출하는 포토레지스트 3개월분(150만배럴)에 대해 첫 수출 허가를 내준 바 있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고순도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 소재에 대해 한국 수출을 제제한 지 각각 34일과 45일 만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포토레지스트를 총 9개월분 확보하며 당분간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의 잇단 수출 허가를 반기면서도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완전한 철회를 계속 요청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허가는 반길 일이지만 정부 방침은 일본의 반도체 품목 수출 통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완전한 철회"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두 번째 수출 허가를 낸 것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자국 내 수출관리 절차의 일환일 뿐이라던 기존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한일 관계 등과는 무관한 것으로 군사 전용 가능성이 없는 물품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수출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처럼 수출 허가 신청을 접수한 상태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일본으로선 수출 허가를 계속 승인함으로써 국제 여론전 등에서 자국 수출 규제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차 수출 허가에 이어 2차 수출 허가가 2주도 안된 것은 양국 관계의 추가적 갈등 확산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도 추가적인 품목 규제 대상을 지정하지 않았다.
이번 수출 규제 허가는 일본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오는 21일 한일 정부는 중국 베이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번 수출 허가가 시기상 지소미아 파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되며 만료 90일 전인 오는 24일까지 어느 한쪽이 파기 의사를 서면 통지하면 자동 종료된다. 우리 정부에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