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금융 보복으로 번질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자신의 자금을 회수해도 이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일본 금융자금의 회수 가능성 및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이 보유한 대(對) 한국 자산 규모는 563억달러(약 66조7000억원)로 이 가운데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자산은 114억달러(약 13조491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은행의 대 한국 자산 규모(2894억달러) 가운데 15.6%의 비중으로, 미국계(27.3%), 영국계(26.4%)에 이어 세 번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의 총자산인 2조2602억 달러와 비교하면 2.5% 수준에 불과하다.
분야별로는 일본계 은행의 국내 기업 여신은 23조5000억원으로 70%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중소기업 비중은 1% 내외다. 5대 기업(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롯데)의 일본계 은행 여신은 각각 1~3조 원 수준으로, 이들 기업의 총자산 대비 유동부채 비율은 20%를 밑돌아 금융 위기 대응 능력은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KIEP는 일본계 은행의 대(對)기업 여신이 재무구조가 건전한 대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에 일본의 금융자금 회수가 한국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에서는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Liquidity Coverage Ratio) 규제 도입으로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에 대비한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 이 제도는 금융위기로 외화 유출이 일어났을 때 은행이 적어도 30일 동안 버틸 수 있도록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갖고 있도록 의무화한 규제이다.
올해 3월 기준 LCR 비율은 116.6%로 충족해야 하는 규제비율 수준(80% 이상)을 넘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 규모 축소, 거주자 외화예수금 증가, 단기 차입 비중 축소 등 대외부문 외환 건전성이 개선됐다.
정부 부문 역시 글로벌 은행의 한국에서의 여신 규모를 넘어서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했고, 주요 기축 통화국(캐나다, 스위스)과의 통화 스와프로 금융 안전망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에서 대응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KIEP는 일본이 실제 자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금융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강태수 KIEP 국제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보복 조치 발동 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상호연계성이 강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 및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일본계 은행이 자금 회수를 실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 행정조치를 통해 압박할 가능성은 있다”며 “금융당국이 일본을 포함한 외국계 은행의 자금흐름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