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이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를 격추시켜 후손들의 돈낭비를 막았어야 했다.”
"항공업계는 '죽음의 덫'이다. 100년 동안 자금을 부어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항공업계 투자에 뱉었던 쓴소리들이다. 워렌 버핏은 항공주 투자를 피해온 것을 넘어 항공 산업을 폄하해왔다.
그런 워렌 버핏이 최근들어 항공주 투자에 나서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항공주 지분 UP
9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델타에어라인의 지분을 10.4%로 늘려 델타항공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주식수로는 7,090만주이며, 금액으로는 36억달러(약 4조원) 규모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미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 유나이티드콘티넨탈, 아메리칸에어라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가 보유한 항공주 전체 지분 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특정 종목의 지분을 10% 이내로 유지하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이번 항공주 지분을 보면 불문율 이상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이 항공주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 블룸버그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가 축적해놓은 현금 자산 규모는 1120억달러(약 127조원)"라며 "버핏이 그간 수차례 ‘수백억 달러 빅딜’의 대상이 항공주일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 1989년 항공주 투자했다가 손실
버핏은 항공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전력이 있다. 1989년 버핏은 유에스에어웨이(US Airways)의 우선주 3억5800만달러(약 418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그러나 유에스에어웨이주가는 급락해 1995년에 지분가치가 8950만달러(1045억원)까지 떨어졌다. 4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버핏은 유에스에어웨이스 매입을 자신의 최악의 투자로 꼽아왔다.
이후에도 버핏은 몇차례 항공주에 투자했으나 대부분 손실을 기록했다. 버핏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산업은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같은 전력을 가진 버핏이 다시 항공주에 투자에 나선 배경으로는 항공 산업의 변화가 우선 꼽히고 있다.
현재 미국의 항공업계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델타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빅4' 체재로 과점화돼 있다. 1989년 무렵 미국 항공업계에 10여곳의 항공사가 난린해 출혈 경쟁을 하던 상황에 비하면 상전벽해한 것이다. 2002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항공사들의 파산과 서로 간의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빅4' 체제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 항공사들의 수익성과 신용등급도 향상됐다. 미국의 항공여객시장은 국내선의 비중이 87.4%이고 4대 메이저 항공사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70%이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2014년부터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가(연료비) 절감이 이뤄지면서 수익성은 더욱 개선됐다. 2015년 미국 4대 항공사의 이익은 217억달러(24조5000억원)를 넘었다.
◆ 버핏, 항공업계 '빅4' 과점체제에 관심
이렇게 항공업계가 변화하자 버핏은 항공업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3년 버핏은 자신의 거주지인 오마하를 유에스에어웨이의 전 CEO였던 에드 콜로드니와 미팅을 가졌고, 이후 이 항공사의 전환우선주 9.25%(약 3억5800만달러. 4091억원)를 매입했다. 버핏은 2015년 4대 항공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자 2016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항공주를 매입했다.
'버핏의 평생 동반자'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버핏이 정보기술(IT)주와 항공주 투자를 계속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