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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불황, 그게 뭐야? 초고수익 구가하는 일본 키엔스, 라간정밀 아십니까?

- 제조기업이면서 영업이익률 50~60%

- 마케팅, 원가경쟁력 등 강점 확보

  • 기사등록 2019-03-13 08: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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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초고수익 창출은 모든 기업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계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제조 설비 증설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고 재료 구입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계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초고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공장 자동화용 센서 및 머신 비전 시스템1 제조기업 ‘키엔스(Keyence)’와 대만의 카메라 렌즈 제조기업 ‘라간 정밀(Largan Precision)’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 공장 자동화 센서와 머신비전 시스템을 생산하는 키엔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53%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고수익 덕분에 이 회사는 일본 전자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높다. 12일(현지 시각) 기준 키엔스의 시가총액은 87조원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소니(71조원), 닌텐도(68조원), 캐논(58조원)이 뒤를 잇고 있다.


대만의 스마트폰 렌즈 제조사 라간정밀도 2016년 영업이익률 58%를 기록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제조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6%이다.


일본 키엔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왼쪽)과 대만 라간정밀의 주요 지표. [자료=LG경제연구원]

두 기업은 어떻게 이런 대기록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일본 키엔스 본사 전경. [사진=키엔스 홈페이지]

◆ 키엔스의 고수익 비결은 '발로 뛰는 영업사원' 


키엔스의 강점은 기술력에 있지 않다. 전체 매출 규모가 경쟁사를 능가하지도 못한다.

키엔스의 진정한 강점은 고객조차 깨닫지 못하는 '총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를 파고드는 것에 있다. 


케인스는 경쟁자들에 비해 6개월~1년가량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물론 경쟁사들이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동안은 고객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기능을 모두 갖춘 제품이 키엔스의 제품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사의 유사 제품 대비 30~40% 높은 가격을 받으며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키엔스는 세계 최초로 물에 녹는 소재를 서포트 재료로 사용한 3D 프린터를 출시했다. 홈이 있는 복잡한 제품의 경우, 기존에는 3D 프린터 만으로 작업을 끝낼 수 없고, 홈을 깎아내는 2차 공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키엔스의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3D 프린터로 생산된 제품을 간단하게 물에 씻어내는 것만으로 작업이 완료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의 시간과 비용이 혁신적으로 감소될 수 있었다. 수용성 서포트 재료를 사용하는 3D 프린터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고객에게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할 만큼의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키엔스의 3차원 측정기. [이미지=키엔스 코리아 홈페이지]

키엔스는 신제품을 6개월~1년 먼저 출시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키엔스가 생산하는 신제품은 고객 니즈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수많은 경영학 교과서에서 언급되지만 실제 기업에서 경영시스템으로 정착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이상적인 생산, 마케팅 시스템을 키엔스는 구현하고 있다.


다키자키 다케미쓰 키엔스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획, 개발, 생산과 달리 영업은 회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관리를 소홀히 하면 CEO는 숫자밖에 알지 못한다”라며 "영업의 체계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영업 사원의 평가를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평가한다. 과정에 상관없이 많이 팔기만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키엔스의 영업 사원에게는 판매 성과보다 더 중요한 평가 지표가 고객을 만난 횟수와 고객의 니즈를 문서로 정리하여 제출한 횟수이다. 키엔스 영업 사원은 1주일에 2~3일은 고객사를 방문하는데, 하루에 6~10개의 고객사를 방문하고 있으며, 방문한 모든 고객사에 대해 상세한 외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있다. 


또, 주중에 고객사를 방문하지 않는 날에는 하루 100여건의 전화 통화를 하며 고객들과 상담하고 있다. 그리고 고객사를 방문하기 전에는 선후배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영업 사원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고객사의 공장만 방문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고객사까지 방문하여 고객사의 공장에 대한 개선 포인트를 발굴하기도 한다. 영업 사원 개개인이 고객사에 적합한 공장 자동화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컨설팅 역량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객사의 본사 생산 관리 담당보다 키엔스의 직원이 고객사의 공장을 더욱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신뢰를 얻었고, 경쟁사는 얻을 수 없는 고객사의 중요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여 고객사별 숨은 니즈를 찾고 ‘니즈 카드’라는 형태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영업 활동 과정에서 축적된 ‘니즈 카드’는 다년간 영업 경험을 쌓은 상품기획 담당자를 통해 분석되며, 공통적인 니즈만 선별, 최적의 조합을 통해 제품에 반영된다. 컨셉을 기획하는 수준의 상품기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개발 스펙과 각 스펙의 우선순위, 목표원가까지 제시할 정도로 상세한 기획이 이루어진다. 


단순히 영업 활동을 통해 고객 니즈를 찾는 과정만이 아니라 R&D로 이어지는 중간 과정까지 체계화 함으로써 영업/마케팅의 혁신이 전체 경영시스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히트 상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계 최초 또는 업계 최초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고, 출시되는 제품마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만족시킬 수 있었다. 불필요한 제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성을 최소화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원가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키엔스는 경쟁사에 비해 기술적으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전체 매출 규모가 경쟁사를 능가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도 알지 못하는 충족되지 않는 필요를 파악하여 경쟁자들에 비해 6개월~1년가량 먼저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 라간정밀, 수율 100% 수준으로 끌어올려 원가경쟁력 확보


대만의 라간 정밀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초소형 플라스틱 비구면 렌즈이다. 이 시장에서 라간 정밀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32.9%)를 기록하고 있다. 


라간 정밀의 렌즈는 경쟁 기업도 만들 수 있다. 애플도 라간 정밀뿐만 아니라 GSEO, 칸타츠 등 3개 업체에서 동시에 아이폰 카메라용 렌즈를 납품 받고 있다. 


그렇지만 라간 정밀은 경쟁사는 따라잡을 수 없는 원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라간 정밀의 핵심 경쟁력이다. 


라간정밀의 스마트폰 카메라용 렌즈 구조. [사진=라간정밀 홈페이지]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일반적으로 5~6개의 초소형 렌즈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아이폰7 12메가 픽셀 카메라의 경우, 총 6가지의 렌즈를 5밀리미터 이하의 두께로 쌓아야 한다. 그리고 6가지 렌즈의 모든 축이 ±0.002밀리미터 이내로 정확히 정렬되어야 한다. 렌즈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각 렌즈의 생산 수율을 높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각 렌즈의 생산 수율을 90%까지 올렸다 해도 최종 제품 안의 6개 축이 모두 일치할 확률은 약 50%까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라간 정밀은 생산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각 렌즈의 생산 수율을 100%에 가깝게 올리고 최종 제품의 생산 수율은 90%이상으로 올렸다. 


라간 정밀은 차별적인 수율 향상을 위해 제조 공정과 방법, 즉 생산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공정 설계 및 최적화부터 금형 제작, 생산 설비의 개발 및 제작까지 생산과 관련된 모든 기술을 내부적으로 연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조직적으로도 R&D 부서, 그 중에서도 생산기술 관련 R&D 부서의 위상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다.


키엔스와 라간 정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초고수익을 달성했지만 공통점은 경영시스템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기업이라고 해서 초고수익 기업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시적인 차별화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차별화를 할 수 있다면, 제조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서비스 기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다"며 "제조기업 관점에서 지속적 차별화가 가능한 방안은 경쟁 기업이 알아 내기도 어렵고, 알아도 모방하기 어려운, 경영시스템 혁신을 통한 본질적 차별화"라고 지적했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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