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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G? 덤벼봐!' 일본 기업, 파괴적 혁신에 대응 잘하네

- FANG의 공세에 위기감 느껴... 혁신으로 대응

  • 기사등록 2019-03-11 13: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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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정호 기자]

# 사례 1 : 최근 일본의 메이저 편의점 체인기업 로손(Lawson)은 매장을 신규 출점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AI를 활용해 신규 출점 후보지의 인구, 세대 분포, 교통량, 학교와 병원의 위치같은 상권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로손은 AI를 활용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상 매출액이 일정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할 경우 출점을 보류하고 있다. 


이처럼 로손은 AI를 활용해 신규 출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인간의 경험이나 노하우에 의존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보고 AI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편의점 기업 로손은 AI(인공지능)를 신규 출점시에 이용하고 있다. [사진=로손 홈페이지]


# 사례 2 : 일본 가전기업 파나소닉은 전자현미경으로 재료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전자현미경은 원자 수준의 물질 관찰은 가능하지만 리튬 이온 같은 재료는 반응 속도가 느려 화상 데이터를 얻기까지 시간이 소요됐다. 

파나소닉은 수십시간의 장시간 관찰 데이터와 수십초의 단시간 관찰 데이터를 AI가 기계학습해 노이즈를 제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공장 운영과 경영에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일본 비즈니스 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첨단 정보기술 기업은 물론이고 전통의 오프라인 굴뚝 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더딘 성향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받아들이는 이유는 FANG으로 대변되는 첨단 IT(정보기술) 기업들의 공세 때문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약자인 FANG은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검색, SNS, 컨텐츠 등의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일본 기업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마존은 전자 상거래 사업에서 구축한 플랫폼을 통해 식재료 공급 서비스, 택배 서비스, TV용 영상송신 단말기, 음성인식 가전 연계 단말기인 에코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점차 편의점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유통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이미 자동차 부품이나 화학소재 등의 B2B(사업자대 사업자) 비즈니스에서도 아마존의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에 의해 기존 산업이 파괴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아마존 이펙트(Amazon Effect)'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이다.  


일본 기업은 FANG에 의해 주도되는 산업 재편이 기존 기업의 입장에서 비즈니스 생태계의 근간부터 파괴되는 위기로 보면서도, 이것이 성숙산업을 활성화하여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가를 줄이고 체험가치, 플랫폼 등의 새로운 고객 가치가 창조될 경우 성숙산업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업무 자동화와 효율화 주력 


FANG에 의한 변화의 흐름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어서 기존 비즈니스 업무의 자동화 및 효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기업들은 기존 기업들이 수십 년 간 구축해 왔던 공장, 물류거점, 연구거점, 판매망 등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가상공간에 아웃소싱 하여 가벼운 기업구조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기업들은 공장시스템과 사무업무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 분야의 경우 IoT, AI를 통한 공장자동화가 지속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도요타자동차가 있다. 도요타는 TPS(도요타 생산시스템)을 재정비하여 각 공정이나 제품, 부품, 기계 설계단계에서 불량품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하나 없애고 있다. 또한 IoT 기술을 통해 생산 시설 전반에서 센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실제공장을 디지털 공간에 재현한 디지털 공장을 구축해 공장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한 AI를 활용해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운 색상차이, 기계의 고장징후 등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사무업무 분야의 경우 RPA(로보틱 업무자동화)와 AI를 연계해 적극적으로 업무의 자동화와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보적인 RPA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고객의 주문 및 메일 자동처리, 대량 데이터 수집 및 엑셀 처리 등의 속도와 정확도를 모두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AI와 연계된 고도화된 RPA를 통해 돌발사태나 예외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 마케팅도...


아마존이 고객 구매 이력을 분석해 고객별로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강화하면서 데이터 기반 고객 인사이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본기업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유통업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인사이트 파악 능력의 조직적 제고를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 활용도가 떨어진 고객에게 전자메일과 DM(Direct Mail) 중 무엇이 효과적인지 분석해 해당 방법으로 오프라인 점포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시스템으로 개인별 DM 발송을 차별화함으로써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대량 메일을 발송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응 유형. [이미지=더밸류뉴스]


◆ SCM(공급사슬망관리) 혁신에도 집중


일본기업들은 FANG과의 디지털 역량 격차를 고려해 우선은 기존 사업이나 조직의 디지털화 역량을 강화하면서 SCM(공급망관리), 가치사슬을 고객 지향으로 재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키내시스(Kinaxis)라는 캐나다 업체의 클라우드 베이스의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판매 부문에서 나누어져 있었던 수급계획, 재고관리를 통합하여 수급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요타계 자동차 부품 회사인 덴소의 경우 디지털 이노베이션실을 신설해, 전사 공통의 IoT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한 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비즈니스의 기획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구글 등의 클라우드 및 플랫폼을 활용하면서도 외부 협력사들과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전략을 중시하고 있다. 일본의 은행들은 자사의 정보시스템을 보다 개방화하여 API를 통해 외부기업과 협업하면서 P2P 결재, 블록체인 대응, AI 트레이딩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향후에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FANG의 공세에 살아남는 방법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 말고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일본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도 강점을 보여왔다"며 "일본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성공할 경우 일본의 재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j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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