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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청호나이스 정휘동, 글로벌 시장 성과 내는 'K-정수기' 박사

- 미국 시장서 '얼음 정수기' 불티나게 팔려... 싱가포르 시장도 성과

- 업계 유일 정수기 직접 만드는 '공학 박사'

  • 기사등록 2023-09-14 13: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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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K-푸드, K-뮤직에 이어 한국을 알리는 또 하나의 'K-히트 상품'이 정수기에서 나올 수 있을까.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이 'K-정수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한국을 알리는 또 하나의 'K-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청호나이스 정수기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정수기'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정휘동 회장은…


△1958년 대구 출생(65) △경주 문화중·고 졸업(1966) △한양대 공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졸업 미국 로욜라대 경영학석사(MBA)·공학박사 △웅진코웨이 제품개발팀(1991) △청호나이스 설립(1993) △청호나이스 회장(1993~현재)


◆올 상반기 해외 매출 70%↑... 미국, 싱가포르 급증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매출액 4355억원으로 전년비 34.44%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 316억원, 당기순이익 357억원으로 전년비 영업이익은 인건비 증가로 29.30%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외환차손 감소로 117.68%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해외 매출액 증가이다. 청호나이스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액은 전년비 7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 시장 매출액이 크게 개선돼 전년 연간 매출액을 넘어섰다는 점에 회사측은 고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시장 매출액도 전년동기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해외 매출액 증가에 따라 청호나이스 충북 진천 공장은 설비를 증설해 풀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기준 청호나이스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약 5%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매출액의 절반 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청호나이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청호나이스] 

국내 정수기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시대 흐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 개선으로 국내 정수기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제는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국내 정수기 업체들이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고, 쿠쿠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코웨이와 쿠쿠가 '정수기 렌탈'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판매'가 주력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청호나이스는 1994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처음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등 5개국에 해외 법인이 있다. 6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30년에 가까운 글로벌 시장 업력에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제빙, 싱가포르는 직수 정수기, 유럽은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멤브레인 필터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슈퍼 아이스트리' 정수기(얼음 정수기)로 현지 매출액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일 제빙량이 18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해부터 직수형 셀프 정수기를 수출하고 있다. 유럽은 물에 석화 물질이 많은 것을 감안해 여과 성능이 높은 RO 멤브레인 필터 정수기를 수출하고 있다. 


◆정수기 CEO 가운데 유일한 엔지니어 출신... '정수기 박사' 별명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청호나이스는 코웨이(40%), LG전자(18%), SK매직(13%), 쿠쿠홈시스(13%)에 이어 5위(10%)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정수기 판매 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기술력이 있다. 정휘동 회장은 국내 정수기 업체 CEO 가운데 유일하게 정수기를 직접 만들고 개발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공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고 국내 최초로 정수기를 개발했다. 


정휘동 회장은 한양대 공대를 졸업했고 1980년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로욜라대에서 유학했고 한국인 최초로 미국 '수질관리 자격증(CWS-V)'을 취득했다. 환경공학 분야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1993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청호나이스의 전신인 청호인터내셔날을 설립했다. ‘청호(淸湖)’는 ‘맑은 호수’를 뜻한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는 정휘동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엔지니어 출신 답게 기술에 중심을 뒀고 이에 창업 초기부터 국내외 수질관리 기관과 연구소에서 각종 인증을 받으며 공신력을 높여갔다.


1995년 정휘동(왼쪽) 회장이 ISO9003 인증서를 받고 있다. [사진=청호나이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물을 사먹는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지면서 회사가 급성장했다.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정휘동 회장은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에 힘썼고 그 결과 2003년 세계 최초 얼음 정수기 ‘아이스 콤보’가 탄생했다. 이밖에 세계 최초 제빙∙냉수 일체형 정수기, 폭포청정기 등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빠르게 바뀌는 트랜드에도 긴밀하게 대응했다. 커피의 대중화와 함께 커피 얼음 정수기를 출시했고 와인 산업이 커지자 얼음정수기 와인셀러를 선보였다. 


정휘동 회장의 안목도 한 몫 했다. 2020년 트로트 신인 가수였던 임영웅을 전속 모델로 계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임영웅의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가 정수기 모델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생활가전의 주요 구매층인 중∙장년 여성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분석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트로트 스타 가수 임영웅이 청호나이스의 직수 얼음 정수기 ‘아이스트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청호나이스]

2000년대부터 대기업들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청호나이스는 사업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서 B2B(기업간 거래)로 확대하고 유통채널도 다각화시켰다. B2B는 한번의 계약으로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할인과 서비스 비용이 지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매출원가는 상승해 수익성을 떨어질 수 있다. 청호나이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담사업부를 신설해 기업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아울러 기존 방문판매 중심에서 시중판매로 넓혀갔다. 온라인 등 신규 유통망을 확대하고 SNS 마케팅도 이어갔다. 국내 렌탈 시장 포화에도 청호나이스는 2020년 매출액 4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5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은 3%이며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7%를 기록했다. 


청호나이스 현황. 2022년 12월 기준. 

◆집으로 임직원 초대해 '한솥밥 경영'... 가족주의 기업문화↑


청호나이스는 올해 창업 30년을 맞았다. 청호나이스는 현재 마이크로필터, 엠씨엠 등을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 5월 1일 경기 화성시 청호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30주년 기념식에서 정 회장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혁신’하는 것 보다 아무도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하는 ‘창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최초의 얼음정수기 등 독보적 기술을 기반으로 100년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청호나이스 임직원들이 5월 1일 경기 화성시 청호인재개발원에서 열린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은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임직원들에게는 소탈하고 격의없이 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창업기부터 주말이면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같이 밥을 먹으며 회사 경영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청호나이스를 가족주의 기업으로 이끄는 바탕이 됐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3월부터 김성태 대표이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오정원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정휘동 회장 동생 정휘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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