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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보일러 기업’ 아닙니다...‘종합 에너지·레저 그룹’입니다

- 보일러 산업 기반 '다각화' 성과…에너지, 냉방공조, 미디어 사업 영위

- ‘스포츠 열정맨’ 최진민 회장... 골프, 테니스 등 레저 사업 진출

  • 기사등록 2021-11-25 12: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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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골프클럽(CC), 외식 프랜차이즈, 미디어, 호텔…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언뜻 종합 그룹일 것 같지만 실은 '보일러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귀뚜라미그룹(회장 최진민)이다. 귀뚜라미그룹이 종합 에너지·레저 그룹으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50년 전통의 냉난방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민의 삶과 여가를 풍요롭게 만드는 영속 기업(going concern)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강서구 귀뚜라미 본사 전경. [사진=귀뚜라미]

◆본업 '보일러' 비중 22%↓... 에너지, 레저·외식·미디어 다변화


귀뚜라미그룹은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를 중심으로 난방(보일러), 냉방공조, 에너지, 레저·외식·미디어의 4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이미 성과를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귀뚜라미그룹의 통합 매출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비중을 살펴보면 1위가 냉방공조(36.22%)이고 이어 보일러(21.63%), 에너지(16.80%), 레저·외식(3.50%), 미디어(2.7%), 기타(18.15%)이다. 


귀뚜라미그룹 매출액 비중.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언론보도]


매출액 1위는 냉방공조 부문(36.22%)으로 귀뚜라미그룹 계열사 가운데 범양냉방, 센추리 등이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귀뚜라미' 하면 떠오르는 난방(보일러) 비중은 한때 귀뚜라미그룹의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2위(22%)로 축소됐다. 귀뚜라미(비상장사)가 난방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 보일러 부문 매출액은 2813억원이다. 


3위 에너지 부문은 2016년 맥쿼리 펀드로부터 인수한 귀뚜라미에너지(옛 강남도시가스)가 담당하고 있다. 매출액 2185억원으로 전체의 17%에 달한다. 


4위 레저·외식·미디어 부문은 6% 가량으로 아직은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다. 골프 등 레저사업을 영위하는 귀뚜라미랜드가 매출액 139억원(개별 기준), 지난 2019년 개장한 인서울27 골프클럽이 181억원,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브랜드인 닥터로빈이 매출액 126억원을 기록했다. 귀뚜라미그룹의 미디어 사업부문이자 그룹내 유일한 상장 기업인 TBC(대구방송)는 지난해 매출액 352억원을 차지했다.


◆’찌리릭~' 소리 인기 끌자 회사명 '귀뚜라미'로 변경


난방(보일러) 사업은 귀뚜라미그룹의 출발점이다. 1962년 신생보일러공업사로 출범해 반세기 넘게 영위하고 있다. 당시 신생보일러공업사는 1978년 국내최초로 보일러를 해외 수출한 뒤 로켓트보일러공업으로 사명을 변경, 1989년에 지금의 귀뚜라미보일러를 설립했다.


'귀뚜라미 보일러'의 원래 이름은 '로켓트 보일러'였다. '로켓트 보일러'가 '귀뚜라미 보일러'로 바뀌고 그룹명도 지금의 '귀뚜라미그룹'으로 바뀌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1980년대 중반 국민소득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기름 보일러 수요가 증가했는데 기름 탱크의 크기가 작은 데다가 기름이 완전히 떨어지면 기름을 보충할 때 공기를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당시 로켓트 보일러에서 기름이 떨어지기 하루 전에 실내온도 조절기에서 ‘찌리릭 찌리릭’하는 귀뚜라미 소리로 알람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해 에너지 기자재 전시회에 출품했다. 전시회 이후 ‘귀뚜라미 소리 나는 보일러’로 유명해졌고 1992년 회사 상호를 귀뚜라미 보일러로 변경했다.


범양냉방·신성엔지니어링 M&A로 '냉방·공조'↑  


보일러 사업은 귀뚜라미그룹의 성장에 기여했지만 매출액의 절대액이 겨울에 집중되는 계절성(seasonality)의 한계를 갖고 있다. 또, 국내 보일러 시장이 2000년대 들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이같은 한계 극복을 위해 귀뚜라미그룹은 냉방·공조 사업에 진출했다. 2006년 귀뚜라미범양냉방,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 등 냉방·공조 전문 기업들을 M&A(인수합병)했다. 범양냉방(대표이사 이영수)은 베트남과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강남도시가스 인수를 통해 에너지 공급업에도 진출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냉방·공조 부문은 귀뚜라미그룹에서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서울27 골프클럽, 닥터로빈으로 레저, 외식 성과


귀뚜라미그룹은 레저·외식·미디어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의 대표 레저 사업은 '골프'이다. 2017년 서울 구로구에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를 개장하고 2019년에는 인서울27 골프클럽을 개장했다. 인서울27 골프클럽은 김포공항인근 유휴부지를 활용한 서울 1호 대중골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시내에 있어 교통 접근성이 높고 생태습지 등 자연경관이 보존돼 있다.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 컨트리 클럽 전경. [사진=귀뚜라미랜드]

귀뚜라미의 골프 사업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귀뚜라미그룹은 계열사인 귀뚜라미랜드(대표이사 이의병)를 설립해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 18홀 규모의 한탄강 컨트리클럽을 개장했다. 이후 2006년에는 한탄강 인근의 관광호텔을 인수해 2년간의 리모델링 후 온천 호텔을 열었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외식 프랜차이즈 닥터로빈도 귀뚜라미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닥터 로빈은 버터와 설탕을 비롯한 MSG(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올리브유만을 이용해 만드는 양식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닥터로빈은 최현민 회장의 3녀인 최문경 사장이 설립 초기인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닥터로빈의 메뉴. [사진=닥터로빈]

미디어 사업으로는 민영방송 TBC(대구방송)가 있다. 귀뚜라미그룹에서 유일한 상장사(코스닥)이다. 2004년 TBC 주식 270만주(지분율 30%)를 기존 대주주 ㈜청구로부터 인수하며 경영권을 획득했다. SBS의 대구경북 방송국이다. 올해 10월에는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경남 출신인 국민의 힘 ‘홍준표’ 의원 관련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배병일 TBC 사외이사가 홍 의원이 자유한국당 시절 공천관리위원회를 역임했다.



TBC는 귀뚜라미그룹의 보일러 사업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보일러는 대부분 소비자가 일반 국민인 만큼 광고를 많이 해야 하는 제품인데 직접 방송사를 보유함으로써 광고시간을 배정하는 등 반사이익을 본 것이었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에서 난방, 냉방 공조, 도시가스 등이 주요 사업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레저와 외식, 방송은 비중 자체는 그렇게 크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진민 명예회장 ‘스포츠 열정’ 반영


귀뚜라미의 레저 사업 진출에는 귀뚜라미그룹을 창업한 최진민 명예회장의 스포츠 열정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민 회장은 1941년 경북 청도 출신으로 지금도 매일 아침 테니스를 하고 여유가 생기면 골프를 즐기는 골프 마니아로 알려졌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그는 골프장을 사업이 아닌 사회 봉사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제로 운영되던 골프장을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꿔 달라고 강원 철원군에 요청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귀뚜라미 그룹은 사업지인 철원지역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매년 1억5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기존의 전통 보일러 사업과 냉방 공조 사업 간의 시너지를 강화해 종합 에너지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올해에도 기존 온수 매트의 문제점을 해결 한 카본 매트 등 신제품 반응이 좋아 홀딩스 연결기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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