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 홍지윤 기자] 공익이익증진과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사실상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법인 청계 사무실 입구. 사진=버핏연구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개월간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자료 발표에 앞서 진행된 백프리핑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은 보유한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총수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나 핵심회사 계열사 주식으로 갖고 있다"며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9월 지정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으로, 이들 중 51개 집단이 165개 공익법인을 보유 중이다. 이들의 평균 자산규모는 1229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자산(261억) 대비 6.3배에 달했다.
이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자금줄로 의심받는 이유는 계열사 지분 보유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구성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21.8%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5.5%)의 4배에 달했으며, 보유주식의 74.1%가 계열사 주식이었다.
보유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65개 공익법인 중 66개 공익법인이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6개 공익법인은 대부분 총수있는 집단 소속(59개·89.4%)으로 총 108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이었다. 특히 대표자가 총수일가인 경우가 많은 것(38개·57.6%)으로 나타났다. 119개사 중 57개사(47.9%)에 대해서는 공익법인 외에 총수 2세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가운데서도 상장회사, 자산규모 1조 원 이상의 대형사, 해당 기업집단의 대표회사, 총수 2세가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등의 주식을 집중 보유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상장사(63.9%) 및 자산규모 1조 원 이상 대형 회사 비율(68.1%)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평균적인 분포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국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상장회사 위주로 총수 지배력을 보좌하는 측면에서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사 주식 두 개중 한 개는 총수일가도 갖고 있어, 경영권 승계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상속·증여세 혜택도 받게 된다. 현행법은 대기업의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성실공익법인 10%) 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조사 결과,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112개(94.1%)의 주식에 대해 상증세 면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국장은 "이런 공익법인들이 세제혜택을 받다보니 거의 100%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계열사 주식이 자산의 30%를 넘어서면 (세금) 가산을 받게 되기 때문에, 한 계열사의 5% 이내, 자산 대비 30% 이내로 가질 유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간의 내부거래도 포착됐다. 165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거래, 주식 등 증권거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중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공익법인은 100개(60.6%)로 나타났다. 특히 상품용역거래가 있는 공익법인은 92개(55.8%)였으며, 공익법인들의 동일인관련자와의 평균 상품용역거래 비중은 18.7%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익법인 보유 주식이 기업집단 지배력 관련 회사에 집중된 반면 계열사 주식이 공익법인의 수익원으로서 기여하는 역할은 미미하고,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또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통제장치가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 왔으나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왔으며, 오는 6일 특위 기업집단분과에서 개최하는 토론회에서 공익법인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hjy@buffet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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