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이하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이를 매파적 결정으로 해석했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시사하는 문구를 유지하는 데 반대한 위원이 3명 나오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했다.
한국은행 CI.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낸 현지정보에 따르면 연준은 4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연준 이사는 25bp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IORB(지급준비금 잔액 금리)는 3.65%, O/N Reverse RP 금리는 3.50%로 유지됐다.
해맥(Hammack)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카시카리(Kashkari)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건(Logan)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정책결정문에서 완화 기조 표현을 유지하는 데 반대했다. 시장은 금리 동결보다 이 문구 반대에 주목했다. 세 위원이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기존 인하 사이클의 연장선에만 있지 않고 금리 인상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책결정문에서는 경제 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 중동 리스크 관련 문구가 바뀌었다. 연준은 경제 활동에 대해 ‘가용 데이터’ 대신 ‘최근 데이터’가 경제 활동의 견조한 증가를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고용 증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에서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로 수정됐다.
물가 문구는 더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기존 ‘인플레이션이 다소 상승했다’는 표현에서 ‘다소’가 빠졌고,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중동 상황에 대해서도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는 표현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소비와 데이터센터발 기업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 증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실업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봤다. 낮은 고용 증가는 이민 감소 등에 일부 영향을 받았으며 노동시장 안정화 신호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최근 상승해 목표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봤다. 관세 관련 물가 압력은 향후 2분기 동안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유가 급등 영향으로 상승했지만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책기조에 대해서는 중립금리 상단 또는 약간 제약적인 수준으로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경제 전개를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정책이 놓여 있다고 봤다. 금리 전망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있었고, 특히 정책결정문에서 완화 기조 문구를 유지할지 여부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대다수 위원은 완화 기조 문구 삭제를 원하지 않았지만, 중립적 문구를 선호하는 위원도 늘었다.
중동 상황은 이번 회의의 핵심 변수였다. 파월 의장은 중동 리스크가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봤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항공 운임 등 에너지 연계 품목을 통해 근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이어서 유가 충격의 경제적 영향이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제한적일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은 가계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 지출을 압박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을 향한 행정부의 법적 공격과 정치적 압력이 113년 연준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적 업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과 연준을 둘러싼 법무부 및 연방검찰 조사 등이 투명하고 확실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의장직 임기 이후에도 연준 이사로 잔류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FOMC 정책결정문 발표 직후 미국 국채 금리, 주가, 미달라화 및 원화 반응. [자료=한국은행]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FOMC 정책결정문 발표 직후 금리 동결은 예상에 부합했지만, 완화 편향 문구 유지에 반대한 3명의 소수의견 영향으로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졌다. 미 국채금리는 상승했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주가는 장 마감 후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 빅테크 실적 발표 기대가 반영되며 하락폭을 줄이고 보합 마감했다.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에 반영된 올해 정책금리 경로 기대는 기존 6bp 인하에서 2bp 인상으로 바뀌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 정책경로 기대도 7bp 인하에서 8bp 인상으로 반전됐다. 같은 날 Warsh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 인준안은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13대 11로 통과했다. 본회의 표결은 5월 11일 주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대체로 매파적 평가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회의가 분열된 표결 구도를 보였고, 세 명의 소수의견이 예상 밖이었다고 평가했다. 씨티는 정책결정문 문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이례적이며, 해당 위원들에게 금리인상 기준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가이던스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 매파적인 결정문이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정책결정문 변화가 제한적이었고, 완화 기조가 유지된 점에 주목했다. 다만 세 위원이 완화 기조 유지에 반대한 것이 금리인상을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JP모건은 성명서 문구에 반대 의견이 나온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현재처럼 정책금리가 실효하한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문구 반대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 인사들이 중동 상황을 일회성 충격이 아닌 에너지 비용 고착화 가능성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완화 편향 문구 유지를 반대한 매파적 소수의견 3표가 등장한 점에서 이번 회의가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차기 의장이 FOMC 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