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규 무시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위법 여부 조사중인 상호주 출자를 다시 강행"
영풍(대표이사 박영민)∙MBK파트너스(부회장 김광일. 이하 MBK)는 14일 "최윤범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상호출자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호주 출자를 강행했다"며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그룹 지배구조. 단위 %. 2025. 3. 10.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주 관계를 주장하며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가 법원의 제동에 걸리자, 또 다시 새로운 방식의 상호주 관계 형성을 통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조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아연과 썬메탈코퍼레이션(이하, SMC)의 순환출자 행위에 대한 정식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영풍·MBK는 "SMC의 영풍 주식 거래는 불법"이라며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13일에는 "SMH는 상호주가 아니며 최윤범 회장 측 주장은 주총 파행 전략"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지난 12일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이하, SMH)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배당받았으며, 이로써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이달 말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22일에도 임시주주총회 직전 SMC가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양수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을 선언했다. 당시 영풍·MBK 측은 영풍 의결권 제한 여부에 다툼이 있으니 주총을 연기하자고 요청했으나, 최 회장 측은 이를 묵살하고 결의 절차를 강행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위법"이라는 가처분 인용 판결을 내려 임시주총 결의가 대부분 무효화됐다. 이에 최 회장 측은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SMH로의 현물배당을 통해 또다시 영풍의 의결권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영풍은 이미 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 7일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전량(25.42%)을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이하, YPC)에 현물 출자함으로써 상호주 관계 형성을 원천 차단했다. 영풍·MBK는 "YPC는 유한회사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최 회장 측은 정기주총 기준일을 문제 삼아 신규법인의 의결권을 부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중에도 연이은 경영권 방어 행보... '사익 추구' 논란 커져
최 회장의 개인 경영권 사수를 위한 행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아연과 SMC의 순환출자 탈법행위를 정식 조사 중인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사나 조사가 진행 중일 때는 유사한 혐의를 받을 수 있는 행위를 삼가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최 회장은 이를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영풍·MBK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2019년 3월 고려아연 CEO에 취임하자 사업 제휴를 명목으로 한화, LG화학 등을 주주로 끌어들였으나, 지분율이 엇비슷해지자 이들을 백기사로 둔갑시키며 동업 파기 의도를 드러냈다. 원아시아드 출자 관련 배임 의혹, 이그니오 인수 관련 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합법적 출자였다" 또는 "사업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식으로 일축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2조원이 넘는 금융 차입으로 대규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법원의 허락을 받았으나, 공개매수 종료 직후 재무구조 취약을 이유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선언해 법원과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심각한 파행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번 지분 이동은 최 회장 측이 쓸 수 있는 '카드'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풍·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 경영권 보호란 목적 앞에 법규나 신뢰, 도의 등은 전부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런 기질의 경영자가 고려아연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데 적합한 인물인지 주주님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