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chicken)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KFC를 창업한 미국 '샌더스 대령'(Colonel Sanders∙1890~1980)이다. 샌더스 대령의 본명은 할랜드 D. 샌더스(Harland David Sanders·1890~1980)이며 실제로는 대령으로 군복무한 적이 없다. 다만 나중에 '명예 대령' 계급을 받았다.
그는 진작에 고인이 됐지만 KFC가 그를 매장 입구에 환한 표정의 흰색 양복 차림 인형으로 배치하면서 세계인에게 각인됐다 그는 치킨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구현한 선구자로 남아있다.
그런데 2030년께에는 '치킨'하면 샌더스 대령 대신에 이 한국인이 세계인에게 먼저 떠오를 가능성이 생겼다. 윤홍근 bbq 회장이 주인공으로 2030년까지 세계 각국에 5만개 매장을 오픈해 글로벌 1위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점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bbq는 미국 150개 매장을 포함해 세계 57개국에 700여개 매장을 오픈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시장 1위에 이어 글로벌 1위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 그룹 회장. [이미지=더밸류뉴스]
◇윤홍근 회장은…
△1957년 광주생(68) △순천고(1973)·조선대 무역학과(학사)·조선대 대학원(석∙박사) △육군 중위 전역(육군 학사장교1기·1984)△미원그룹(현 대상그룹) 입사(1984) △천호마니커 영업부장(1994) △제너시스bbq 대표(1995~현재) △제33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2020~현재).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13대 회장(2025. 3~현재)
◆미국 공립학교에서 "가장 맛보고 싶은 K-치킨 1위"... 동남아 시장도 공략
bbq의 해외 매장은 미국(150여개)이 가장 많고 이어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100여개)가 뒤를 잇고 있다. 캐나다, 일본, 피지에도 매장이 있다. 모두 합쳐 약 700여곳이다.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는 미국으로 지난해 매출액 2500억원으로 전년비 20%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bbq그룹 해외 부문 전체 매출액의 약 75%에 해당한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뉴욕, 뉴저지, 텍사스,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등 약 30개주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현황. 단위 %. 2024. 12. [자료=공정거래위원회]
bbq는 2006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는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미국 현지의 'K-치킨' 바람을 타고 가파르게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2022년 글로벌 외식 전문지 네이션 레스토랑 뉴스(Nation's Restaurant News)는 bbq를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외식 브랜드' 2위에 선정했다.
현지화에 맞춘 치킨을 개발한 것도 인기 비결이다.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는 '시크릿 소스 치킨'인데 이는 국내 판매되는 '황금올리브유치킨 양념'에다 서양인의 입맛에 맞도록 사과 퓨레, 당근 등을 배합했다. 미국 뉴욕의 공립학교 재학생들 사이에 가장 맛보고 싶은 K-치킨 1위로 조사됐다.
◆국내 시장 1위이지만 포화 상태 도달... 글로벌 진출 박차
윤 회장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20여년 역사를 갖고 있지만 최근 들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내수 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과 관련있다. bbq는 2023년 치킨 프랜차이즈 '빅3' 가운데 매출액 1위에 올라섰고 지난해에도 1위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의 지주사 제너시스(대표이사 윤홍근)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2023년 5580억원에 이어 지난해 65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빅3'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교촌은 지난해 매출액 4808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최근 10년 bbq, bhc, 교촌에프앤비 매출액 추이.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 치킨 시장은 글자 그대로 '레드 오션'(red ocean)이다. 국내의 치킨 가맹점은 약 8만1000개로 전체 외식 가맹점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인구 600명당 치킨집 1개꼴이다. 치킨 시장의 경쟁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치킨 브랜드만 해도 695개이다(이상 2024). bbq는 이같은 레드오션 시장에서 2023년 기준 가맹점 2238개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매장 늘리기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윤홍근 회장은 2030년 매장 5만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시장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남미는 인구 약 6억5000만명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1%를 차지한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아세안에 이어 6대 시장이다. 동남아는 억(億) 단위의 인구를 가졌으나 평균 연령이 30대라 새로운 문화를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베트남은 인구 약 1억명에 평균 연령 30대 초반이고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7000만명에 평균 연령이 27.9세다.
bbq의 성공 비결은 생산 관리, 품질 개선으로 요약된다. 대표적으로 서빙로봇 도입, 대한수의학회와의 동물성 식재료 품질 관리 협력이 있다.
bbq는 치킨 프렌차이즈 업계 중 최초로 서빙로봇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이 나타나며 다양한 업계에서 무인화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식품업계 역시 인건비 감소와 작업자 안전을 위해 서빙과 조리를 돕는 ‘푸드봇’을 들이고 있다. 윤 회장도 2019년 초 첨단 IT 기기를 활용한 매장 오픈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같은 해 12월 서울 송파구에 헬리오시티점을 열었다.
서울 송파구 bbq 헬리오시티점에서 KT의 서빙로봇이 치킨을 서빙하고 있다. [사진=제너시스bbq]
bbq는 첫 협력업체로 국내 로봇 제조업체 VD컴퍼니와 손을 잡았고 이후 2022년 8월 KT와 인공지능 및 디지털 전환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가 적용된 서빙로봇을 도입했다. bbq는 서빙로봇 전국 매장 확산을 검토 중이다.
◆카리스마형 리더이지만 알고 보면 임직원 대소사 챙겨
윤 회장은 카리마스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무에 엄격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다정다감하고 임직원들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고 수준(4540만원)으로 인상해 주목받기도 했다.
윤홍근(앞줄 왼쪽 다섯번째)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송파구 본사 국제회의장에서 정기총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bbq]
1995년 7월 bbq를 창업했고 그해 11월 경기 연천 전곡읍에 1호점을 오픈했다. 6개월만에 가맹점 100개를 넘었고 1999년 4년만에 1000호점을 오픈했다.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최단기간 매장 오픈 기록이며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닭을 튀기는 과정에 들어가는 기름으로 트랜스 지방산이 생성되지 않는 황금올리브유를 개발한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대학(조선대)을 졸업하고 대상그룹에 입사해 치킨 업무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경영 멘토'로 꼽고 있다. 슬하에 1남(윤혜웅) 2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