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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린의 Cool북!] ⑬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스스로를 기록하자

  • 기사등록 2025-02-25 08: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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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출판전문가의 속 시원한 독서 솔루션 ‘황예린의 Cool북!’을 연재합니다. 버라이어티하고 거친 야생의 사회생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기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고 싶은 현직 출판마케터가 책장에서 찾은 해결책을 처방합니다. 황예린은 책 읽는 삶이 가장 힙한 삶이라는 믿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언젠가부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쉽게 대답했던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도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노래가 떠올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가장 행복했냐, 즐거웠냐는 질문을 들어도 비슷하다. 일상 중간중간에 분명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재밌게 보냈던 것 같은데, 막상 하나로 뾰족하게 떠올리려 하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곤란하다. 


나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서점에 가면 생기 없는 얼굴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주는 책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MBTI 같은 심리테스트로 내가 누구이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설명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다들 너무 열심히 각자의 인생이란 트랙 위를 달리다 그만 자신을 잃어버린 것일까? 잃어버린 당신을 찾는 법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 ‘기록이라는 세계’는 ‘기록’을 권한다.


[황예린의 Cool북!] ⑬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스스로를 기록하자‘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더퀘스트. [이미지=알라딘]

왜 나를 찾기 위해 하필이면 기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주 어릴 적에는 선생님의 강요와 종용으로 마지못해 써 내려간 일기를 들여다보면서 ‘내가 이랬단 말이야?’ 라고 놀라본 기억,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저자가 기록을 권하는 이유도 같다. 지금 당장 기록을 할 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기록을 통해 나라는 사람에 관한 A to Z를 모아둔 사용 설명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내가 언제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순간에 평온해지며, 어떤 환경에서 가장 나다워지는지 살펴보세요. 이런 작은 관찰과 이해가 쌓일 때 비로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_ ‘기록이라는 세계’ 중에서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다짜고짜 기록하라고 하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지레 겁먹은 우리에게 저자는 손을 건넨다. “기록이 뭐 별건가요?”하고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기록이란, 그저 일상의 나를 살뜰하게 보살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일상의 소소한 기록부터, 세상을 향한 나만의 시선, 그리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록들까지, 당신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보여줄 기록 방법을 세세하게 일러준다.


하지만 작고 소소한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세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주 '미지의 세계'라는 제목의 노트를 펼칩니다. (중략) 당장 시도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지만 리스트가 늘어날 때마다 로또를 사는 기분입니다. 앞으로 나의 세계가 얼마나 더 넓어질까, 그 세계는 어디로 연결될까, 넓어진 나의 세계에서 난 어떤 어른이 되어갈까 기대하게 되거든요. _‘기록이라는 세계’에서


나에 대해 어떤 기록을 남기면 좋을까? 연력, 건강 기록, 실패 노트, 미지의 세계 노트 등 자신만의 다양한 기록법을 소개하면서도 저자는 대단한 성취를 매일 기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진실 되게, 오늘 나의 생각과 감정, 건강, 취향, 나아가 이런 것도 써야 하나 싶은 소소한 것들을 기록해 보자고 얘기한다.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은 방법으로 실행해야 기록의 본질, 즉 나를 찾는 탐험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록의 분량이 이러해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는다. 한 단어여도 좋고, 긴 글이어도 좋다. 꾸준하게 기록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거든요. 몇 달 전의 고민이 지금은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는 걸 보며 웃기도 하고,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귀찮음을 이겨내는 순간을 자주 마주할수록,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열쇠를 손에 쥐게 될 거예요. _‘기록이라는 세계’에서


글씨가 예쁘지 않아서,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기록하는 게 귀찮아서 등 저마다의 이유로 기록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온 사람이라도 괜찮다. 그런 당신도 책을 덮고 나면 갑자기 “그래, 기록이 뭐 별건가.” 하며 무언가 쓰고 싶어 참을 수 없어질 테다. 그렇게 이 책은 오랜 시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기록의 길로 당신을 자연스레 이끌어줄 것이다.



[황예린의 Cool북!] ⑬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스스로를 기록하자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wendy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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