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 새 CEO에 문동권 대표가 취임하자 업계 반응은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전임 임영진 대표가 카드업계를 통틀어 두 번째 장수 CEO로 탁월한 성과를 내며 물러났기 때문이다. 임영진 전 대표는 2017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년 9개월 신한카드를 이끌었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 문 대표가 신한카드의 '업계 1위' 수성은 물론이고 실적 개선까지 이뤄내면서 양호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동권 대표는…
▷1968년 부산 출생(56) ▷부산 성도고(1987)∙연세대 경영학과(1993) 졸업 ▷LG할부금융 입사(1996) ▷LG신용카드 전략기획팀 대리(1998) ▷LG캐피탈 과장(2001) ▷LG카드 리스크관리팀 차장(2009)) ▷신한카드 경영관리팀장(2009. 2)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 부사장(2021. 1)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2023. 1~ 현재)
◆올 상반기 '시장 점유율 1위' 지켜내... 실적도 개선
문 대표의 가장 큰 성과로는 신한카드의 업계 1위 수성이 꼽힌다. 더밸류뉴스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1~6월)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 신한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19.93%로 1위를 지켰다. 이어 현대카드 19.00%, 삼성카드 17.53%, KB국민카드 15.82%, 롯데카드 11.69%, 우리카드 8.40%, 하나카드 7.64% 순이다. 이 기간 신용카드 이용실적(금액)을 살펴보면 신한카드 92조500억원, 현대카드 87조7470억원, 삼성카드 80조9654억원, KB국민카드 73조507억원, 롯데카드 53조9946억원, 우리카드 38조7817억원, 하나카드 35조2827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2013년 시장 점유율 26.5%로 정점을 찍은 이래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점유율 20.4%로 삼성카드(19.9%)에 1위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실적도 개선됐다. 신한카드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37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7% 증가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총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경비율은 32%에서 29%로 3%p 낮아졌다. 비용 절감에 성공한 것이다. 실질연체율도 1.73%에서 1.68%로 낮아져 건전성 관리에도 성과를 보였다.
◆쏠트래블 카드, 5개월만에 가입자 100만명 모아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은 '쏠트래블' 카드였다. 쏠트래블 카드는 지난 2월 출시돼 5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신한카드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여행 특화 상품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결제 시장에서 신한카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쏠트래블 카드의 성공은 신한카드가 추구해온 '생활 플랫폼' 비전과 맞닿아 있다.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 실현된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출시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신한카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로 분석받고 있다. 특히 고금리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인 자금조달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한카드는 금리 상승기에 장기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단기 차입 비중을 줄이는 등 금리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 또 비용 효율화 노력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영업이익경비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문동권 대표는 디지털 금융 강화에도 성과를 냈다. 신한SOL페이의 월간활성사용자(MAU∙Monthly Average User)가 800만명을 넘어서며 결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올 상반기 신한SOL페이 취급액은 27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대폭 증가했다. 이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한카드는 데이터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다양한 데이터 상품을 제공하는 '데이터바다'를 선보이며, 고객사에 데이터 기반 솔루션 제공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임직원 대상 강의·코칭 직접 진행
문 대표는 치밀하면서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쏠트래블 카드가 문 대표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문동권 대표 인맥으로는 전병구 현대카드 대표,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CFO(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등이 있다. 문동권 대표는 1968년생으로 1996년 LG할부금융에 입사했고 1998년 LG신용카드(현 신한카드) 대리로 카드와 첫 인연을 맺어 카드업계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해왔다. LG카드에서 리스크관리팀장, 경영관리팀장을 지냈고, 신한카드와의 합병 이후에는 전략기획팀장, 기획본부장, 경영기획그룹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신한카드 CEO에 취임했다.
문동권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소통과 조직문화 개선에 나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의 ‘현장 중심’ 리더십이다. 그는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매달 직접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의가 아닌 양방향 소통의 장으로 임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로 자리 잡았다.
문 사장은 ‘현묵열(현장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명장’ 제도를 신설해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고 있다. 이는 조직 내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내부 결속력 강화로 이어져 경영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표의 임기 만료는 올해 12월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10일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한카드를 포함한 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문 대표가 무난하게 연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을 개선한 데다 신한카드의 첫 내부 출신 CEO여서 임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역대 CEO들이 장수하는 편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임 임영진 대표도 5년 9개월 재임하며 카드업계를 통틀어 두번째 장수 CEO 기록을 남겼다. 카드업계 최장수 CEO는 원기찬 전 삼성카드 사장으로 6년 3개월(2014년 1월~2020년 3월) 재임했다. 이밖에 카드업계 장수 CEO로는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사장 4년 (2018년 1월~2021년 12월),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3년(2018년 1월~2020년 12월) 등이 있다.
문 대표는 연임이 성공할 경우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사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과 데이터는 그간의 전통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