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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㊺신세계, '유통 1위 급성장' 쿠팡 도전 맞은 오프라인 키플레이어

- 영업이익률 1%로 떨어지고 매출액 정체... '신세계 유니버스' 등으로 대응 나서

- 1993년 이마트 1호점(창동점) 오픈 이후 20여년 유통 1위

  • 기사등록 2024-02-10 17: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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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정희민 기자]

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에서 '사이즈'가 가장 큰 이마트는 한때 워렌 버핏으로 대표되는 가치투자(value investing)의 관점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종목으로 주목받았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비즈니스, '할인점 1위'라는 난공불락의 해자(economic moat·경쟁력), 반복구매(repeat purchase)의 이점을 가진 소비재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타계한 '워렌 버핏의 평생 동반자' 찰스 멍거(1924~2023.11) 부회장도 2007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국 기업 가운데 신세계(이마트)를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는 미국 코스트코(할인점)와 유사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 상승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2018년 초까지는 그랬다(이마트는 2011년 6월 신세계에서 분할 상장 당시 24만원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8년 3월 최고점(32만3000원)을 찍었다)

 

그런데 이제 이마트는 도전을 맞고 있다. '14년차 스타트업' 쿠팡이 '유통 1위'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마트 주가는 흘러 내리기를 거듭해  역사적 저점에 도달했다(9일 8만5100원). 이에 신세계그룹이 60여년 업력(業力)의 저력을 보여줄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집단 11위... 7년째 제자리... 쿠팡 등장으로 '유통 1위' 흔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11위를 기록했다. 매출액 37조9580억원, 순이익 1조578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8.76%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1.53% 감소했다. 계열사는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이상 상장사), SSG닷컴, SCK컴퍼니(스타벅스. 이상 비상장) 등 52개로 전년비 1개 감소했다.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 12.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신세계그룹의 재계 순위는 2017년 18위에서 11위로 7단계 점프했고 이후 순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17년 순위가 점프한 것은 전년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신세계 하남점, 신세계 김해점 오픈한 덕분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이마트(29조3324억원)가 1위로 2위 신세계(7조8218억원)의 3.75배에 이른다(2022 K-IFRS 연결 매출액 기준). 이어 이마트24(2조118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1조5539억원), 신세계건설(1조4224억원), 신세계푸드(1조4113억원), 신세계I&C(5969억원), 광주신세계(1849억원) 순이다. 할인점 부문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액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문제는 할인점 부문을 대표하는 이마트가 '14년차 스타트업' 쿠팡의 급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률 7%→1%대 낮아져... 최근 10년 매출액 증가율 3%대


이마트의 최근 10년(2013~2023) 연평균 매출액 CAGR(연평균증가율)은 3.36%에 그치고 있다(이하 K-IFRS 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간신히 웃도는 수치다. 


이익률은 '위험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1.53%로 적자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만 해도 7.08%였지만 이후 5.44%(2016)→5.65%(2017)→3.72%(2018)에 이어 2019년에 처음으로 1%대로 떨여졌다(1.91%). 2020년에 2.08%를 했지만 2021년부터는 다시 1%대에 진입했다(1.77%).  


최근 10년 이마트의 영업이익률과 주요 사건. K-IFRS 별도. 단위 억원, %. [자료=이마트 사업보고서]이마트의 이같은 실적 부진은 쿠팡의 급성장과 정비례하고 있다. 쿠팡은 2010년 8월 창업했고 4년만에 매출액 3000억원을 넘겼다(2014년 3484억원. K-IFRS 연결). 쿠팡의 최근 5년(2017~2022)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63.50%로 기록적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매출액 CAGR은 6.79%이다. 이 결과 쿠팡은 2021년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했고(60위) 이후 53위(2022년)에 이어 지난해 45위로 각각 7, 8단계를 거듭했다. 여기에다 쿠팡은 지난해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쿠팡이 이마트에 얼마나 위협적인 지를 숫자는 보여주고 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마트, 1990년대 월마트·까르푸 국내 진출했지만 물리쳐 


업력 60년의 신세계그룹이 왜 '14년차 스타트업' 쿠팡에 맥없이 흔들리고 있는 걸까? 


유통의 대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단편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K대학의 L 교수는 "미국의 경우 월마트(오프라인)가 아마존(온라인)을 거뜬히 이겨내고 실적과 주가를 개선하고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등장으로 잠시 흔들렸지만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2014. 2~2024. 2) 미국 월마트(위), 한국 이마트 주가 추이.  

그보다는 이마트의 고전은 '전략의 실패'라는 지적이다. 


우선 신세계그룹 경영진이 쿠팡 등장을 안이하게 여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팡이 2014년 매출액 3000억원을 넘길 때만 해도 신세계그룹 경영진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만져보지 않고 어떻게 구매한다는 말이냐. 온라인 쇼핑은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성공 경험으로 안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1993년 서울 창동에 이마트1호점을 냈고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20여년 동안 한국 유통업 1위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중반 글로벌 유통 1, 2위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 할인점 시장에 진출했지만 10여년만에 철수했다. 이마트는 월마트가 남기고 간 매장을 인수하며 유통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렇지만 유통업계의 한 인사는 "이마트가 한국 시장에 진입한 월마트와 까르푸를 이긴 것은 이마트가 잘했다기보다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시장 현지화에 실패한 때문이다. 그런데 신세계 경영진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2019년 첫 분기 적자... 이베이코리아 인수한 강희석 대표 교체 


신세계그룹이 위기감을 느끼고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2019년 2분기 무렵으로 알려졌다. 그해 12월 신세계그룹 경영진은 이마트 CEO에 사상 첫 외부인사(강희석)를 기용했다. 강희석 대표는 2021년 11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이마트의 이커머스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지만 강 대표는 그로부터 불과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퇴진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성과 부진이 경질 사유로 알려졌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이런저런 이벤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6월 신세계 유니버스를 내놓았다. 신세계 유니버스란 SSG닷컴, G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과 신세계백화점·면세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멤버십을 통합한 서비스다. 그렇지만 쿠팡 와우 가입자 수는 대략 1100만명이고 신세계 유니버스의 경우 전신인 스마일클럽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400만명으로 쿠팡과 견줘 3분의 1에 불과하다.  


2023 국내 주요 유통그룹의 예상 매출액. 단위 억원. K-IFRS 연결 기준. 

신세계그룹은 최근 '온라인 명품 시장'에 주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온라인 명품 시장은 쿠팡이 아직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를 두고 쿠팡과 신세계그룹이 또 다시 대결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가 온라인 명품 시장까지 밀린다면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국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반짝 했다 사라진 대기업집단의 무덤이 널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통업계의 한 인사는 "최근 10년 동안 쿠팡은 집요하게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에 집중하며 소비자 끌어들이기에 성공했다면 이마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저렴한 가격)인데 신세계의 이것 저것을 덤으로 준다는 유니버스가 얼마나 소비자에게 와 닿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정유경 총괄 사장은 백화점 맡아 


신세계그룹 모태가 되는 신세계백화점의 기원은 1930년 오픈한 서울 명동 미츠코시 경성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츠코시 경성 백화점은 지상 4층, 지하1층으로 조선 최초의 근대적 백화점이었다. 1963년 삼성그룹이 인수하며 신세계백화점으로 상호 변경했다. 


신세계그룹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됐다. 이병철 회장 막내딸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이 회장 아들 정용진 부회장, 딸 정유경 총괄 사장이 각각 18.56%를 보유하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부문을 맡고 있고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부문을 맡고 있다. 


신세계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정용진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오너 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한편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83만명으로 국내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정용진 인스타그램에는 ‘경력단절 엄마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달라’, ‘스타필드 주차가 너무 힘들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오너와 대중들이 직접 소통하는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서 ‘용진이형’ 등 친근한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지만 논란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정용진 부회장은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으로 논란을 확산시켰다. 


taemm071@buffett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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