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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㉛LS그룹, M&A로 크고 이차전지로 '제2점프' 워밍업

- '돌다리도 두드린다' 깨고 과감한 M&A로 사이즈 키워...글로벌 사업도 성과

- 구자은 회장, 이차전지 신사업 뛰어들며 '양손잡이 경영' 이끌어

  • 기사등록 2023-11-25 2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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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박지수 기자]

한국 재계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 집단들을 살펴보면 3가지 뿌리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병철(1910~1987) 창업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삼성, 신세계, CJ, 한솔그룹 등이 있고, 정주영(1915~2001) 창업주에서 시작되는 현대차,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있고, 구인회(1907~1969)·허만정(1897~1952) 창업주의 후손들이 경영하고 있는 LG, GS, LS, LIG그룹이 있다. 


이처럼 '뿌리를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쌓아온 인적·물적 자원과 브랜드, 경영 노하우를 이어받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반면 바로 그 역사와 전통이 '족쇄'로 작용해 새 트렌드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보수적 경영', '답답한 조직 문화'가 그것이다. 


LS그룹(회장 구자은)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세 동생인 태·평·두(구태회·평회·두회) 삼형제가 LG그룹에서 분가해 2005년 3월 세상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대기업집단이다.


'리틀 LG'라고 불릴 정도로 근간에는 LG의 경영 방식과 관행을 갖고 있다. 그런데 '뿌리를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으로는 드물게 과감한 M&A(인수합병)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 결과 재계 순위도 차곡차곡 오르고 있다. 


◆대기업집단 16위, '범(凡) LG' 가운데 GS 다음으로 최대 


LS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장,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16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한 단계 올랐다. 


LS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3년 6월 기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룹 전체 매출액은 33조8650억원, 당기순이익 1조1690억원을 기록했고, 계열사는 LS일렉트릭, LS전선, LS엠트론, LS엠앤엠등 총 59개다(이하 K-IFRS연결). 


LS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는 지속적으로 점프하고 있다. 최근 10년 순위를 살펴보면 2013~2015년 4년동안 23위였다가 2016년 22위로 점프했고 17위(2017년)→16위(2020~2021년)→17위(2022년)이다. 10년 전 대비 7단계 점프한 것이다. 이 결과 LS그룹은 LG그룹에서 분리된 대기업집단 가운데 GS그룹 다음으로 규모가 커졌다.



◆대기업집단 23위(2013)→16위(2023)↑.... 스몰딜 M&A 성공


이같은 점프의 비결은 '스몰딜 M&A'로 요약된다. 


LS그룹은 주력 비즈니스에 해당하는 전기, 전자, 소재 분야에서 ‘스몰딜 M&A’를 연속 진행해왔다. 구자열 현 LS이사회 의장의 LS그룹 2대 회장 재임 기간(2013~2021)에 M&A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계열사는 LS마린솔루션(옛 KT서브마린) 등 30여개로 LS그룹 전체 계열사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전임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 재임기간(2005~2012)에는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M&A가 이뤄지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권선(捲線. 코일의 일종) 1위 기업 수페리어에식스를 1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이다. "비싸게 인수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결과 당시 LS전선은 가온전선, JS전선등의 자회사에 수페리어에식스를 추가해 2007년 매출액 6조6000억원, 영업이익 2800억원에 이르는 글로벌 3위 전선 기업으로 점프했다.


이같은 M&A는 결과적으로 오늘의 성장 기반이 됐지만 시행착오와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수페리어에식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인수대금으로 인해 당시 LS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렇지만 LS그룹은 2008년 금융권에서 차입한 4억달러(약 5100억원) 중 일부분을 조기상환하고, 재상장을 진행해 금융비용을 완화하며 위기를 넘겼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구씨 가문의 보수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감수하고 M&A에 나섰고, M&A의 딜(deal)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주력 비즈니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재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최근 10년 ㈜LS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자료=LS사업보고서] 

◆이차전지 신사업 추진... 북미,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 성과 


LS그룹은 최근 들어 이차전지(배터리) 신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산니켈,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을 통해 이차전지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LS그룹은 지난 6월 양극재 기업 엘엔에프와 합작법인(LS-엘앤에프 배터리 솔루션)을 설립해 시작을 알렸다. 엘엔에프는 리튬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2000년 설립돼 3개월만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주요 고객사로 최근 3조8347억원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은 테슬라가 있다. 이차전지 전구체 공장을 새만금에 연중 착공해 오는 2026년 양산에 들어가 2029년 12만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만금개발청 및 전북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와 ‘2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또, LS엠앤엠(옛 LS니꼬동제련)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했고, LS전선이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해 해저케이블 제조에서 시공까지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LS일렉트릭이 북미 사업에서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전력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매출액 8185억원으로 전년비 9.05% 증가했다. 수년 내 1조 클럽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LS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구자은 회장, 구자홍·자열 이어 3대 회장... '양손잡이 경영' 이끌어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구자홍 초대 회장, 구자열 2대 회장에 이어 지난 2021년 1월 3대 회장에 취임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태·평·두(구태회·평회·두회) 삼형제의 장남이 10년 동안 회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친족간 불협화음이나 분쟁없이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LS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구자은 회장은 고(故) 구두회(1928~2011) 명예회장 장남으로, 2004년 LG전선 중국사업을 맡으며 경영을 시작했다. LS전선 전무, LS니꼬동제련 부사장, LS전선 대표이사, LS엠트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 손으로는 미래 신사업을 키우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양손잡이 경영’이 구자은 회장의 경영 전략이다.


'자' 돌림에 이어 '본' 돌림으로 구본규 LS전선 대표, 구본혁 에스코홀딩스 대표, 구본권 LS엠엔엠 전무,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이 경영진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본' 돌림 가운데 LS그룹을 이끌 3세로 관심을 끌고 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으로 '본' 돌림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월 LS전선 CEO에 선임됐다. 구자은 회장 이후 첫 오너 CEO인 셈이다. 2007년 LS전선 미국법인에 입사했고 LS산전 전무, LS엠트론 CEO 등을 역임했다. LS지분 1.16%를 보유하고 있다. 퍼듀MBA(경영학석사)를 수료했다. 구본규 대표의 친족 서열상 위에 있는 구본용 마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LS그룹 외부에서 독자 경영하고 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는 고(故) 구자명(1952~2014) LS니꼬동제련(현 LS엠앤엠) 회장 장남으로 2003년 LS전선에 입사해 LS니꼬동제련 지원본부장, 사업본부장,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LS지분 1.30%를 보유하고 있다. 

 

구동휘 LS엠앤엠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구자열 LS 의장 장남으로 '포스트 구자은' 후보군에 속한다. 2012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해 2013년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 차장, 중국 산업자동화 사업부장, ㈜LS 밸류 매니지먼트 부문장 등을 거쳤다. LS지분 2.99%를 갖고 있다. 


이들 3세 '오너CEO'들은 겉보기에는 '왕자' 신분이지만 고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에는 '왕자'가 많기 때문에 경영 능력이나 자기 관리에 문제가 드러나면 곧바로 '짤린다'고 봐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parkjisu0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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