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기업집단 탐구] ⑳동원그룹, 참치회사 아니네...바다에서 육지로 '종합 소비재 그룹' ↑

- '참치 1위' 기반으로 '식품가공·포장·물류'그룹 점프

- HMM 인수전 참여... 동원로엑스와 물류 시너지 ↑

  • 기사등록 2023-09-30 18:11:41
기사수정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동원그룹(부회장 김남정)은 소비자들 사이에 '참치 회사'로 인식되고 있다. 동원그룹이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동원참치가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동원에프앤비(동원F&B)의 국내 참치캔 시장 점유율은 82.5%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치 수출 기준으로도 동원그룹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원양어업협회의 '원양산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참치 수출액 기준으로 동원산업은 1위(49.18%)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신라교역(14.93%), 사조씨푸드(13.91%), 사조산업(8.78%), 정일산업(5.12%), 기타(8.08%) 순이다.


그렇지만 현재 참치는 동원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전부가 아니다. 동원그룹을 살펴보면 본업(참치)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산(동원산업), 식품가공(동원에프앤비·스타키스트), 포장(동원시스템즈), 물류(동원로엑스·BIDC·동원로엑스·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을 아우르는 종합 소비재 기업으로 점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원그룹 지배구조.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공시집단 54위… 동원산업·에프앤비(F&B) 양대축


동원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54위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액 9조7070억원, 순이익 324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35.13%, 16.12%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동원산업, 동원에프앤비, 동원시스템즈(이상 상장사), 동원로엑스, 스타키스트를 포함해 모두 27개로 전년비 1개 증가했다. 공정자산총액은 8조9050억원이다. 김재철 창업 회장이 1969년 35세에 참치어선 한 척으로 창업한 지 반 세기만에 한국 재계의 키플레이어 그룹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이자 지주사이다. 지난해 11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했다. 2021년 매출액 7조6030억원으로 전년비 두 배 가량 급증한 것은 이같은 합병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원산업은 선망선 11척, 연승선 12척, 지원선 1척, 트롤선 1척, 운반선 2척을 합쳐 총 27척의 국적선과 합작선망선 1척, 해외 자회사 선망선 8척, 해외 자회사 운반선 3척, 해외 자회사 채낚이선 1척을 포함해 총 40척을 운영하고 있다. 선박 규모로 보거나 참치 생산량(연간 20여만톤)으로 보거나 글로벌 1위 참치 원양기업이다. 


동원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K-IFRS 연결. [자료=동원산업 사업보고서] 

참치잡이에 쓰이는 선박 가운데 핵심은 선망선인데, 이는 글자 그대로 초대형 그물(어망)을 바다에 둘러쳐 포위한 다음 하단에 있는 조임줄을 조여 참치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참치잡이 선박 가운데 생산 효율성이 가장 높으며 선박마다에 헬기, 어군 탐지기 등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동원산업은 중서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에서 주로 조업하며 참치캔용으로 쓰이는 가다랑어(참치의 한 종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참치의 정식 명칭은 '다랑어'(tuna)이다). 


동원산업의 참치 조업 효율성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김재철 창업 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김재철 창업 회장은 대학(부산수산대)을 졸업하고 선장으로 근무할 당시 '참치를 너무 잘 잡아' 창업을 권유받았고 앞서 언급한대로 1969년 35세에 외부 투자를 받아 동원산업을 창업했는데 출항할 때마다 '참치 만선(滿船)'으로 순식간에 투자금을 돌려줬다는 일화를 갖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덕분에 손놀림과 눈썰매가 좋아 해상 조업에 적합하다"고 귀띔했다.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동원에프앤비는 동원산업에 이어 동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이다. 동원산업이 바다에서 잡아온 참치를 가공해 소비자에게 친숙한 캔 제품(동원참치)을 비롯해 선물세트, 음료, 해초류, 치즈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동원에프앤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4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원그룹의 주요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동원산업(9조263억원), 동원에프앤비(4조236억원), 동원홈푸드(2조707억원), 동원시스템즈(1조4370억원), 동원로엑스(1조2142억원), 순이다. 동원에프앤비의 매출액이 동원산업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동원산업의 참치 어획량, 참치가격의 변동성을 보완해주고 있다.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스타키스트 등 M&A로 기업 사이즈↑... 이차전지 등 신사업 나서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에프앤비의 양대 사업에서 나오는 풍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M&A(인수합병)에 나서 '사이즈'를 키웠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글로벌 1위 참치캔 회사 스타키스트(Starkist)로 2008년 동원그룹이 3억6300만달러(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인데다 스타키스트가 적자 상태여서 '적절하지 않은 시점에 비싸게 샀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반 년만에 3000만달러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스타키스트는 김재철 회장이 원양어선에서 일하던 시절 참치를 잡아 납품했던 회사였다. 


앞서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해 한국투자증권의 모태가 됐고 1993년에는 경영난에 빠진 전자부품사 성미전자를 인수했다. 성미전자가 지금의 동원시스템즈이며 동원그룹 계열의 포장재, 알루미늄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참치캔 제조를 하며 쌓인 노하우로 알루미늄을 얇게 펴는 알루미늄 양극박 신사업으로 확대했다. 알루미늄 양극박은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되는 이차전지에 사용된다. 또, 동원산업은 아시아 최초로 육상연어양식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양식장을 완공하고 2025년 연 2만톤을 출하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소비 어종이면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대서양 연어를 양식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물류 사업에 나섰다. 이후 자동차부품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올해 4월 ‘넥스트로(NEXT Lo)’를 출범했다. 넥스트로는 현대모비스와 자동차부품물류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원그룹은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항만과 동원로엑스를 주축으로 한 육상물류를 영위하고 있어 인수가 성공한다면 동원그룹은 종합물류기업으로 다시 한번 점프할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자금이다. HMM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은 26조6000억여원으로 매각가만 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의 현금성자산은 약 6000억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투자금융과 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김남구 회장은 김재철 회장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동원그룹 측은 “이전에 앞서서도 한국투자금융과 직접적으로 협업을 한 적은 없다”며 “관련 협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남정 부회장, 이차전지 등 신사업 나서... HMM 인수전도 참여  


동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은 김재철 창업 회장 차남이다. 부친 희망에 따라 원양어선 선원으로 일하며 '바닷바람'을 맞아봤고 참치공장에도 근무했다. 참치는 크기에 따라 뼈와 살이 다양해 자동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참치공장은 비린내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인간 근로자가 일일이 참치 뼈와 살을 가려내야 하는 대표적 3D업종이다. 


동원그룹 오너 가계도. 

2014년 동원그룹 부회장에 취임했고 2019년 김재철 명예회장 퇴임 이후 그룹을 이끌고 있다. HMM 인수와 이차전지, 연어 양식 등의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탈하고 친화력이 높아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의견을 폭넓게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김남구는 분가해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으로 있다. 


shs@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9-30 18:11:4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삼성SDS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기획·시리즈더보기
재무분석더보기
제약·바이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