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기업집단 탐구] ⑬대신증권, 종투사로 제2도약 워밍업하는 증권명가

- 내년 종투사 인가 목표... 서울 을지로 사옥 매각 나서

- 양홍석 부회장, 올해 초 이사회 의장 취임...오너3세 본격화

  • 기사등록 2023-08-13 18:15:35
기사수정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구본영 기자]

대신증권(대표이사 오익근)은 한국 자본시장 참여자들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두 가지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나는 한국 주식시장을 지금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소리소문없이 기여한 '증권 명가'(證券名家)가 그것이고 -1980년대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황소동상'의 바로 그 증권사이다 - 또 다른 하나는 오너 2세의 갑작스런 타계로 정체기를 겪은 '영광을 간직한 증권 키플레이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제 대신증권은 어느 지점에 있는걸까? 


◆지난해 영업수익 4.2조 역대최대... 부동산 등 사업다변화 성과 


결론적으로 대신증권을 주력사로 둔 대신파이낸셜그룹(회장 이어룡)은 제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파이낸셜그룹 지배구조. 단위 억원, %. [자료=대신증권 사업보고서] 

13일 더밸류뉴스 분석 결과 최근 4년(2018~2022) 대신증권 영업수익(매출액)은 2조5570억원에서 4조2313억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하 K-IFRS 연결). 대신증권 영업수익은 2016년 4조1346억원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18년부터 개선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역대 최대(4조2313억원)를 기록했다. 


대신증권 영업수익(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대신증권 사업보고서] 

대신증권의 이같은 실적 개선은 사업 다변화 덕분이다. 올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 영업수익의 부문별 비중을 살펴보면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CM(Capital Market·49.80%), 그리고 기업고객과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법인영업(18.59%)의 양대 부문이 절대액을 차지하고 있다(67.39%). 


전통의 브로커리지를 의미하는 리테일 부문(8.88%)은 10% 미만이다. 젼년(12.04%)비 4%p 감소했다. 브로커리지는 주식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받는 위탁수수료를 말하며 이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에프앤아이(6.24%), 저축은행(5.29%), 해외영업(3.26%), 기업금융(1.94%), 기타(11.67%)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사업 다변화 성과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이 대신저축은행(2011),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에프엔아이(이상 2014), 대신자산신탁(2019년) 등의 계열사를 잇따라 설립해온 것에 기인한다.  


대신증권 매출액 비중. 2023년 상반기 K-IFRS 연결 기준. [자료=대신증권 사업보고서] 

◆내년 초 종투사 인가 신청 예정... 사세 퀀텀점프 시금석 


대신파이낸셜그룹의 현안은 종투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로 이 그룹의 퀀텀점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내년 상반기 중 종투사 사업자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종투사 제도란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가 K-IFRS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갖출 경우 해외프로젝트 등의 신사업, 신용공여 등을 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 헤지펀드 업무를 포함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해지고 자본 건전성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 국내 61개 증권사 중 종투사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9곳이다.

 

문제는 종투사 요건이 K-IFRS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라는 점이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기준 2조1007억원이다(K-IFRS 연결기준 2조7559억원).   


대신파이낸셜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신증권은 서울 을지로 사옥(사옥명 '대신343'·옛 대신파이낸스센터)을 매각할 예정이다. 대신343은 연면적 5만3369.33㎡, 지하7층~지상26층 규모로 매각 금액은 6000억~7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은 2014년 약 1400억원에 부지를 매입해 공사비 1030억원 가량을 이 사옥 건물 지었다. 사옥 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과 별도로 국내외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건물에 대해 자산재평가도 실시한다. 대신증권은 1980년대 중반까지 서울 명동에 본사(사옥)를 두고 있었다. 당시 명동은 증권사 집결지였다. 이후 1985년 사옥을 여의도로 옮겼고 2016년 12월 다시 명동(을지로)으로 옮겼다. 


대신증권이 이처럼 본사 매각까지 '불사하며'  종투사 인가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금융업계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개방을 맞이해 금융사들의 자본 확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단기금융업무(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업무)를, 8조원 이상이면 종합투자계좌업무(고객 자금의 기업금융자산 운용업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는 '커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신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Net operating Capital Ratio)이 지난 6월말 기준 286.8%로 439.7%(2021년), 340.3%(2022년)에 이어 낮아지고 있다. NCR이란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 수록 건전하다(낮을 수록 불건전하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에게 NCR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추이. [지료=대신증권 사업보고서]

올해 상반기 대신증권은 영업수익(매출액) 1조8866억원, 영업이익 1492억원, 순이익 12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7.85%, 34.67%, 22 40% 감소했다. 얼핏 실적 부진으로 보이지만 대신증권측은 "지난해 2분기 나인원한남과 유휴부지 매각 등으로 일회성 특별이익 1044억원이 발생했다"며 "기저효과로 올해 2분기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양홍석 부회장, 이사회 의장 취임... '적대적 M&A' 타겟되기도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양재봉(1926~2010) 창업 회장→양회문(1951~2004) 전 회장→양홍석(42) 부회장의 3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홍석 부회장은 양재봉 창업주 장손이며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지난 2012년 6월 대신금융그룹 50주년 기념행사 '가슴 뛰는 페스티벌'에서 양홍석(오른쪽) 당시 대신증권 부사장이 이어룡(가운데)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오익근 대신증권 총괄부사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대신파이낸셜그룹 50주년 기념책자] 

지난 2005년부터 약 20년 동안 모친 이어룡 회장이 맡이온 이 자리를 양홍석 부회장이 맡은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양홍석 부회장이 책임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2006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2010년 대신증권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양홍석 부회장이 증권명가를 점프시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1962년 삼락증권으로 시작해 '최초'라는 기록을 숱하게 써왔다. 국내 최초 HTS(홈트레이딩시스템), 국내 최초 '증권사 시세 전광판', 업계 최초 해외사무소는 대신증권이 갖고 있는 '최초 3관왕' 기록이다. 1980년대 TV CF에서 배우 김영철이 굵은 목소리로 '큰 대(大) 믿을 신(信)'이라고 외치며 존재감을 보여주던 시기의 대신증권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렇지만 양회문 회장이 2004년 53세로 타계하면서 한때 정체기를 겪었다. 


양홍석 부회장의 대신증권 지분은 10.19%로 2014년 6.66%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10%대여서 한때 롯데그룹, 모건스탠리 등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 타겟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종투사 지정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으며 사옥 매각 등을 검토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qhsdud1324@icloud.com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8-13 18:15:3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4차산업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