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숙 공현철 기자
효성그룹(회장 조현준)의 내년 재계 순위가 어느 정도 점프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효성그룹에서 가장 큰 매출액을 차지하고 있는 효성티앤씨의 본업(스판덱스)이 올해들어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데다 그간 과감하게 투자해온 수소 비즈니스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대상집단 31위... 전년비 2계단↓에도 내년 기대감↑
효성그룹은 올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31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두 계단 하락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16조8860억원이었고 순이익은 1조3650억원이었다. 매출액은 7.89%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41.40% 감소했다. 계열사는 54개로 전년비 1개 늘었다.
효성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가 하락한 것은 효성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이 가장 큰 효성티앤씨의 수익성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8조8827억원, 순이익 192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비 소폭(3.3%)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98.09% 급감했다.
효성티앤씨의 주력 제품은 고부가 합성섬유 스판덱스이며 팬데믹 이전 시기에 해당하는 2010~2019년 연평균 9.3% 성장했고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자 래깅스 등 애슬레저(Athleisure) 수요가 급증하며 두 자리수 성장했다. 애슬레저란 ‘운동'을 의미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복에 가까운 스포츠웨어를 말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중국 정부의 수입 락다운(lockdown·제재)으로 실적이 나빠졌다. 중국시장에서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시장점유율은 50%로 압도적 1위이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도 1위(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는 효성티앤씨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리오프닝을 맞아 락다운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스판덱스 업황 회복이 예상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기업 효성티앤씨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목표주가 55만원의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다. 24일 현재 효성티앤씨 주가는 39만5000원이다. 또, "인도의 의류 수요 증가로 스판덱스 업황이 회복중인데, 이곳에서 효성티앤씨의 시장점유율은 60%로 수혜가 기대된다"며 "지난해 단행한 증설 효과도 모멘텀"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수소 비즈니스 성과 눈앞... 롯데와 경쟁하며 시장↑
조현준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투자한 수소 비즈니스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주력 자회사인 효성중공업과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수소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과 이차전지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이에 울산과 전남 신안 등 각지에 1조원 규모의 공장을 짓고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와 손잡으면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생태계 구축을 위해 효성화학은 부생수소를 생산 및 공급하고 효성중공업은 수소 충전소를 운영함과 동시에 린데와 액화수소의 생산 및 공급을 맡는다. 또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소재로 수소차 연료탱크를 개발해 오는 2028년까지 연간 2만4000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롯데케미칼이 수소 시장에 뛰어든 것은 효성그룹에 도전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6조원 규모의 투자로 수소 총 120만톤을 생산 및 공급하고,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드는 그레이 수소 생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탄소를 사용한 블루수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그린수소 생산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고 말했다. 수소 시장은 효성과 롯데케미칼이 경쟁하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효성그룹의 수소 비즈니스가 성과를 거둘 경우 효성그룹의 존재감은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효성그룹은 1970년대에 재계 10대 그룹에 속한 적이 있다. 1974년 어느 기관이 발표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LG(1위)가 1위였고 이어 삼성(2위), 현대(3위), 한화(4위), 동국제강(5위), 대한전선(6위), 효성(7위), 신동아(8위), SK(9위), 한일합섬(10위)이었다.
◆조홍제→조석래→조현준... 기업문화 업그레이드중
효성그룹의 전신은 효성물산이다. 고(故) 만우(晩愚) 조홍제(1906~1984) 효성 창업주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삼성물산을 공동경영하다 독립해 1957년 효성물산을 설립했다. 효성(曉星)은 ‘민족의 앞날을 밝게 비칠 동방의 별’이란 뜻을 지녔다. '샛별'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조홍제 초대회장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현준 회장은 조홍제 창업주 장손으로 2017년 회장에 취임해 효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아침마다 해외 경제 매체 10여개를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홍보조직에서도 구글 뉴스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재임 기간동안 환골탈태한 것의 하나는 기업 문화다. 조 회장 취임 직후 효성에는 지정휴무일과 리프레시 휴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정휴무일 제도 시행으로 효성 임직원들은 휴일과 연휴(일명 '빨간 날') 사이에 끼어있는 근무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장기 휴가를 누릴 수 있다. 2001년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 삼녀 이미경씨와 결혼해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