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부품 계열사 현대위아(대표이사 정재욱)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울다 웃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생산 법인 가동중단, 방산 부분은↑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현대위아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법인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대위아의 러시아 현지 생산공장은 원래는 중국 산둥성에 있었다. 그런데 중국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데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자 현대위아는 지난해 초 중국 산둥성에 있던 엔진조립라인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로 이전했다. 13만2000㎡(약 4만 평) 규모에 공장을 이전하느라 총투자금액 2100억원이 소요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현지 자동차 수요침체가 이어지고 러시아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자산을 몰수하겠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런데 최근들어 호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위아의 또 다른 사업 부문이 방산(방위산업) 실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모멘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현대위아는 전기차 시대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대위아가 새롭게 진출하기 시작한 사업은 크게 특수사업부문, 미래차량부품부문, RnA(Robotics and Autonomous)사업 부문으로 3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특수사업부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성과를 내고 있다.
특수사업부문에서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근접방어 무기체계(CIWS-I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방산부문의 사업이 러-우 전쟁 장기화에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지난 11월 노조와 협의해 창원공장 내 공작기계 공장 일부를 방산부품 생산라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위아는 K9 자주포, K2 전차에 탑재되는 주포를 제조하고 있다. 올해 국산무기인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는 폴란드에 각각 4조5000억원, 3조2000억원에 수출 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K-방산 지원 정책도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해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방산시장 점유율은 2.8%로 세계 8위수준이지만 올해는 최대 200억달러(27조7300억원)를 기록해 세계 5위로의 도약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현대위아는 본업(차량부품)에서 울었지만 신사업(방산)에서 웃고 있는 셈이다.
◆수소자동차·열관리시스템은 신성장 모멘텀
현대위아의 미래차량 사업 전망도 밝다. 현대위아는 미래차량 부문에서 수소자동차부품, 통합 열관리 시스템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RNA사업에서는 스마트제조 ·물류 사업, AI(인공지능)물류 로봇 등의 자동화 사업 등을 진행하며 현대위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통합 열관리 시스템은 내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에도 멕시코 법인 실적 '역대급'
현대위아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803억원, 영업이익 557억원, 순손실 10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17.52%, 78.53% 증가했고 당기순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반도체 수급 개선에 멕시코 법인이 분기 매출액 신기록을 기록하고 영업이익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던 운반비도 지난해 4분기 이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앞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K2전차, K9자주포 관련 수출계약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실적을 살펴봐도 개선되고 있다. 현대위아의 지난해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7조5277억원, 영업이익 1027억원, 순이익 5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각각 14.12%, 42.64%, 4.47% 증가했다. 믹스 개선, 환율효과 등의 영향이 있었다.
또 올해 증권가에서는 현대위아의 실적을 매출액 8조1939억원, 영업이익 2264억원, 순이익 2709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각각 8.85%, 120.45%, 382.89% 증가한 실적이다.
◆정재욱 대표, '기계 전문가'로 혁신형 흑자 눈앞
지난 2020년 12월부터 현대위아를 이끌고 있는 정재욱(64) 대표이사는 30년 이상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부품관련 업무를 맡았다.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기계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정재욱 대표는 경영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지속된 적자를 기록하던 기계부문에서 실적을 개선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기계부문은 지난 2016년 이후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지만,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정재욱 대표이사는 올해초 “로봇과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솔루션’ 사업에서 협동로봇, 주차로봇 등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뤘다”고 밝혔다. 또 정재욱 대표는 미래 모빌리티 부품, 스마트 제조 솔루션 분야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