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 젊은 투자자 분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주식을 재산 증식 수단의 하나로 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요. 그렇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단기 레버리지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기업에 장기 투자했으면 합니다.”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센터원빌딩에서 만난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의 조언이다.
주식시장이 약세장(bear market)으로 변모하면서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15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330.98로 52주 최고가 대비 29.98% 급락했고 장중 한때 2300도 무너졌다.
이같은 하락장에서 서상영 본부장은 "주가 급락으로 시장이 패닉에 빠져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바꾸는 기업, 혁신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장기투자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를 것"을 권했다.
서상영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주식시장, 시황, 투자전략을 담당하고 유튜브 동영상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구독자 2만여명을 갖고 있는 텔레그램 스타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돼 예전부터 활동했던 블로그와 더불어 텔레그램,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매일 새벽 2시에 출근하는 노력파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뷰는 14일 진행됐다.
◆"시장 심리에 관심 갖고 세상 바꾸는 '좋은 기업' 찾아야"
△ 현재 주식시장에서 어디에 주목해야 할까요.
-투자 심리입니다. 오늘(14일)만 봐도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전년비 9.1% 상승 했습니다. 이것만 놓고 '48년 내에 최고 수준이다, 큰일났다'고 하지만 세부항목을 보면 대부분의 이번 물가 상승 원인들은 지난 6월 중후반부터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7월 수치가 발표되는 오는 8월에는 물가는 많이 낮아져 있을 겁니다. 다만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낮아져 있는 상황에도 심리가 더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심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주식시장의 흐름의 변화 시기는 언제라고 보는지요.
-오늘(14일)이라고 봅니다. 지표들이 대부분 나왔기 때문입니다. 심리, 소비자 물가 지수 정점 이룬 것 같고, 이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발표에 75bp 금리 인상이 예상됩니다. 확실한 신호는 안 나왔지만 물가상승이 둔화되고 있는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덜 매파적으로 발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최근 반도체 업종이 견고한데, 기업 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미국이 실적 시즌이 시작됩니다. '다들 가이던스(실적 전망치) 낮춘다, 난리 날 것'이라고 하는데 역대 평균을 보면 7대3으로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게 많았습니다. 이번 실적 시즌에 가이던스 하향 조정하는 것도 역대 평균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습니다.
△약세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세상을 바꾸는 기업, 혁신 기업 등 좋은 주식을 갖고 장기투자하는 것입니다. 새롭고 신기한 것이 혁신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 혁신입니다. 예전에는 고정된 장소에서 컴퓨터를 했는데 지금은 이동하면서 핸드폰으로 컴퓨터 기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밖에서만 물건을 사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온라인으로도 쇼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애플이 이런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국 주식 시장에 대입해본다면 종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적자기업, 신용등급이 낮은 한계기업은 피해야 합니다. 혁신의 초반은 적자입니다. 금리가 올라갈 때 적자 기업은 비용이 증가합니다. 이 시기를 버티는 기업은 이후 열매를 수확하겠지만 버티지 못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빅테크 기업, 일정적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이 기업들은 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으니 길게 보면 결국 주가는 올라갑니다.
20대의 100만원은 40∙50대 1억원과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단기투자, 공격적인 투자가 아니라 최대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새벽 2시 출근…성실함과 궁금증으로 주식 분석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요
-새벽 2시에 출근해 미국 시장을 분석합니다. 오전 7시30분 ‘글로벌 모닝 브리핑’ 방송을 하고 9시 국내 주식시장이 시작되면 경향들이 크게 바뀔 때 자료를 만듭니다. 이후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회의를 갖다 보면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퇴근하고 오후 10시에 미국 시장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보고, 10시 30분에 미국 주식 초반 시장을 보고 두세시간 정도 잡니다. 이후 다시 출근합니다.
△현재까지 오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성실함’입니다. 새벽에 출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꾸준히 못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궁금증이 많아야 합니다. 어떤 일이 왜 발생했는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을 지, 끊임없는 고민, 끈기, 성실함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바보같기는 한데 남들 1시간씩 일하고 공부할 때 2시간, 3시간 더 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증권사에서 활동하며 기억에 남았던 일화가 있는지요
-지난 2020년 초, 국내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했습니다. 이전부터 주식시장의 하락을 예상해 떨어질 때는 큰 충격을 안 받았습니다. 이후 거의 바닥이 왔고 반등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날 6%정도 하락했습니다. 시장 예측을 못한다며 기사화됐는데 그 다음날부터 장이 계속 올랐습니다. 그 날 바닥이 맞았던 겁니다.
◆"정보 공유하며 보람 느껴... 주식 변동 때 문의오면 보람"
△연구원으로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리는 게 보람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이 3%가 떨어졌는데, 종가는 -1%로 끝났습니다. 보통 1% 하락했다고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반등의 요인이 있습니다. 저점 대비 2%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장 후반 상승한 요인, 낙폭을 줄인 요인이 다음 날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요인을 중심으로 자료를 쓰다 보니 주식시장 적중률이 높습니다.
또, 주식시장이 갑자기 급락을 하면 저에게 전화가 많이 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하겠지만 시장이 변화했을 때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저라는 게 좋습니다.
△향후 목표나 바라는 점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건강하게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본부 직원들도 금융권에서 만들고 싶은 영상들 적극적으로 만들고, 목표하는 것들을 이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