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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정채영 기자]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맥(소주·맥주)을 즐기려면 1만원을 내야 하는 시대가 임박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불가피하다는 게 주류 업계 입장이지만 직장인, 학생, 서민들은 선뜻 지갑을 여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이에 CU(대표이사 이건준), GS25(대표이사 허연수)를 비롯한 유통 업계는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비롯한 비대면 서비스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에 나섰다. 

 

◆CU·GS25, 주류 구독 서비스 론칭 

 

CU(대표이사 이건준)는 지난해 주류 O2O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데일리샷(대표이사 김민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데일리샷에서 주류 구독 서비스를 구매하면 매월 캔맥주 3캔을 CU에서 픽업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에 인기있던 편의점 캔맥주 4캔 행사에 비해 저렴하다. CU는 지난 1월 캔맥주 구독 서비스 이용건수는 서비스 오픈 첫 달 대비 7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GS25(대표이사 허연수)는 한화생명(대표이사 여승주)과 협업해 MZ세대들을 겨냥한 신개념 보험 상품인 ‘편맥 구독보험’을 선보였다. 이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월 1회 캔맥주 4캔을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쿠폰과 매장 현금화 포인트가 제공되는 구독 서비스 형태다. 1인 가구의 급증으로, 고객들의 니즈가 사후 보장보다 현재의 삶에 대한 혜택이 더 중요함에 따라 MZ세대에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통기업들이 이처럼 비대면에 나서는 직접적인 이유는 소맥(소주·맥주) 출고가 인상과 관련 있다. 


지난달 24일 이마트(대표이사 강희석)∙홈플러스(대표이사 이제훈)∙롯데마트(대표이사 강성현) 대형마트 3사는 일제히 소주 가격 100원을 인상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대표이사 김인규)의 소주 출고가 7.9% 인상에 따른 것이었다. 오비맥주(대표이사 벤마그다제이베르하르트)도 8일부터 국산 맥주 출고가 7.7%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11월 이후로 6년만의 인상이다.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현재 대형마트 기준 한 병 당 1,200~1,800원 선인 소주 판매가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식당에서는 한 병 당 5,000원을 넘어 6,000원짜리 소주까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주 가격 인상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여파로 각종 원료와 부자재 가격의 급등 떄문이다. 더불어 국제 보리가격은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3% 증가했고, 캔 소재 알루미늄은 지난해 국제 시세가 전년비 45%가 늘었다. 국제 원자재 및 포장재 가격도 상승세가 지속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소주. [사진=더밸류뉴스]

소주값 인상 소식이 들려오면,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조금이라도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비해둬야 한다는 심리 때문이다. 이마트는 소주값 가격 인상 발표일 직후인 지난달 18~23일의 매출이 약 2주전과 대비해 79%가 늘었고,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34%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소주는 가격 민감도가 큰 대표적인 제품으로, 타 제품군 보다 가격 인상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사람들은 그저 장을 보러 왔다가 소식을 듣고 장바구니에 추가로 담은 경우가 많았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비대면 시장 뚫어라... 소비자 가격 부담↓·혼술 트렌드 부응

 

이같은 소주 맥주 가격 인상에 대응해 유통업체들이 비대면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비대면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대면 서비스를 기피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는 시장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은 전년비 20.9% 증가한 192조8946억원으로, 이중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3.3%인 25조6847억원이라고 전했다. 식품 부문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시장이 가속화 되는 만큼, 주류업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CU와 데일리샷의 캔맥주를 소비자가 고르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혼자 술마시기'를 의미하는 혼술도 비대면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요즘 현대인들의 음주 문화는 예전과 비교해 상당히 변화했다. 과거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음주 문화는 다소 강압적이고 위계질서가 뚜렷해 음주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 주변의 음주 문화를 보면 술을 강요하거나 술자리가 지나치게 많거나 불편한 접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의 자율적인 의사로, 더 부드럽고 편안한 술 자리가 많아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현상으로 음주 트렌드도 새롭게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과 마시는 술이 아닌,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이 등장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에 따르면, 평소 술을 누구와 마시는지를 조사한 결과 동성친구(58.5%)에 이어 혼술(43.6%)의 비중이 높았다. 더불어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위 조사 전체 응답자의 72%가 홈술이 밖에서 마시는 것보다 더 선호했다. 이는 행복의 주체인 ‘나’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세대 특성 때문이다. 

 

아울러 요즘 미디어에서도 연출된 음주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드라마, 예능, 유튜브 등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좀 더 진실되고 친근한 매력을 어필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전국 17개 시도 20~64세 성인남녀 1057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음주 장면 노츨이 성인 음주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에 음주 기대, 음주 동기, 음주 문제에 대한 수치가 모두 증가했다. 또 지난해 전체 시청률 상위권인 드라마 219개, 예능 438개 등 총 657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음주 장면이 1편당 2~3회 등장했다. 미디어에 음주 장면이 지나치게 노출됨에 따라 음주 조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1011pink@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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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10 15: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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