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취임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에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3분기에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완제의약품(DP)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시아 최초로 모더나와 파트너가 된 것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원료의약품(DS)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등 취임사에서 밝힌 '10년 이내 글로벌 1위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존림 대표의 어깨는 여전히 가볍지 않다. 이 회사가 최종적으로 성취해야 하는 '신약 개발' 미션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존림 대표이사는...
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1961년 출생(60세). 미국 콜럼비아대 화학공학 학사. 미 스탠포드대 화학공학 석사.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학석사(MBA). 2004년 미 제넨테크 부사장 및 최고재무책임자(CFO). 2010년 스위스 로슈 부사장 및 CFO. 2018년 삼성바이오 CMO2센터장. 2020년 12월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취임.
◆2Q 어닝 서프라이즈, 공장 풀가동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풍에 돛을 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4122억원, 1668억원, 1215억원으로 전년비 33.96%, 105.67%, 133.65%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분기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공장은 풀가동 상태이다. 1공장(3만ℓ)과 2공장(15만4000ℓ)은 풀가동, 3공장(18만ℓ)은 70~80%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5%를 기록했다. 단가 높은 제품의 매출 비중 확대,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4181억원, 993억원으로 전년비 52.26%, 75.75% 증가할 것으로 봤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3분기 전 공장이 풀가동할 것으로 가정했으며, 이 기간 3공장 가동률 확대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창사 최초로 매출액이 1조원을 상회했다.
코로나19 팬더믹에서도 삼성바이오 역할이 두드러진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5월 미국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수억회 분을 완제충전 방식으로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송도 공장에서 현재 3분기 본격 생산을 목표로 관련 설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 삼성 오너의 '5대 신수종'.'4대 신수종' 유일하게 겹쳐
그렇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개발'이라는 과제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성공 확률이 낮은 대신 성공하면 큰 보상이 주어지는, 한마디로 고되고 어렵지만 바이오 기업이라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신약 개발 기업'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수익 모델은CMO(위탁생산)와 CDO(위탁개발)가 절대적이다. 이 점에서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놓고 "그간 꽃길을 걸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이오 신약 개발은 삼성 오너가의 의지이기도 하다. 바이오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점찍은 5대 신수종 사업(태양전지, 자동차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과 이재용 부회장이 선정한 4대 신수종 사업(AI, 5G, 전장부품, 바이오) 가운데 유일하게 겹치는 산업이다. 삼성 오너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논란, 분식회계 의혹, 이에 따른 압수수색과 경영진 기소, 상장폐지 위기를 비롯한 갖가지 예상치 않은 '곡절'이 터지면서 일정이 늦춰진 측면이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통해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연루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은 이 재판에도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 근무... "신약 개발 적임자" 평가
존림 대표는 신약 개발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초대 김태한 대표가 그룹 신사업팀장 출신의 ‘삼성맨’인 것과 달리 존림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를 두루 경험한 외부 전문가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 시민권자이며 콜럼비아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화학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9년 일본 글로벌 제약사 야마노우치(현 아스텔라스) 미국 법인에서 영업 및 마케팅 임원(EVP)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이후 그는 2004년 미 제넨테크 부사장 겸 CFO에 이어 2010년 스위스 로슈의 부사장 겸 CFO를 지냈다. 삼성바이오에는 2018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존림 대표는 지난 1월 '신약 개발' 의지를 밝혔다. 당시 ‘바이오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장기적으로는 CMO와 CDO,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에서 챔피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축적된 혁신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사업도 검토해 세가지 사업 부분이 삼성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고객사의 기술유출 우려 등을 감안해 신약개발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최종 관문인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회사 미래 비전으로 삼아 추진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향후 10년간 의약품 CMO, CDO, 위탁연구(CRO) 등 모든 사업 부분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학구 스타일, 임직원과 격의없이 어울려
현재로선 구체적 액션플랜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존림 대표는 당장은 25만6000ℓ규모인 제4공장의 사전 물량수주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CDO와 CRO 분야 글로벌 1위를 위해선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설하는 등 활동 거점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을 위한 회사 차원의 가시적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존림 대표가 CMO 등 회사의 핵심 매출원을 계속 확대하면서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지가 진정한 시험대로 꼽힌다. 존림 대표는 학구적인 스타일이면서도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예지 기자의 미국주식]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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