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르 마스크’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스크 제품에 대한 불신에서 이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태도에 대한 의구심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번 아에르 마스크 사태를 지켜보면 국민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가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개월 제조 정지받아
사건의 발단은 요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핫’한 마스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에르 마스크’가 안전성능 시험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씨앤투스성진의 '아에르 스탠다드라이트에스 보건용마스크(KF80)'와 '씨에스보건용마스크(KF94)'에 대해 품목 제조업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7월 31일까지 해당 마스크를 생산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약사법(제38조 제1항),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제48조 제1호, 약사법 제76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제95조)를 위반한 혐의다.
그러자 씨앤투스성진는 홈페이지를 통해 ‘아에르 마스크 검사 절차상의 착오가 발생하여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판매한 제품들은 문제가 없다’고 안내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에다 해당제품에 대한 조치도 없는 대응이었다. 이것이 소비자 분노를 불렀다. 이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마스크들은 괜찮은 것인지, 그동안 식약처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회수∙폐기 조치 없어
먼저, 식약처가 아에르 마스크의 행정절차 미숙이라고 판단한 것에 동의하느냐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일이 아니지만 잘못한 것은 맞기 때문에 적발됐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그런 절차상의 착오 혹은 행정적 절차의 문제에 대해 제조업무정지라는 고강도 처분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다음으로, 제조를 중단해야 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식약처가 판단했다면 정말로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궁금해진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혹은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면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회수∙폐기 조치도 검토돼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고강도 조치를 내려야할만큼 잘못한 것은 맞지만 제품을 굳이 없앨 필요는 없다는 조치를 내린 식약처의 처분은 제조업체가 그 제품을 그냥 판매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근거가 됐다. 지금도 아에르 마스크의 KF94제품들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조치가 없으니 기업을 탓하기 어렵게 됐다. 식약처의 조치가 오히려 제품에 대한 면죄부가 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근거다.
◆식약처, 마스크 '유통'에 신경써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1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업체들이 마스크 생산에 뛰어 들었고, 우후준순처럼 생겨나는 업체들이 의약외제품을 생산할만한 자격을 갖췄는지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1500개에 이르는 제조업체에서 1주일에 1억개 안팎의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5월 첫주에는 8037만개의 마스크가 만들어졌고, 둘째주에는 1억647만개가 생산됐다. 1억여개의 마스크 중 7878만개가 보건용 마스크이며 KF94 제품이다. 정부가 보증한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해도 238개 업체에서 제작했지만, 현재는 1557개 기업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 대란을 이유로 유통을 통제하고 지오영을 비롯한 특정 업체 몇 곳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 특혜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심지어 몇 장을 넣어 포장 판매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둘 만큼 철저히 관리해 구입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 식약처가 생산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혹시라도 적발되면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식약처, 존재 이유 생각해봐야
최근 중국산 김치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됐다. 식약처는 통관 중인 제품들에 반송∙폐기 조치를 내렸다. 중국산 김치 위생논란이 뜨겁게 벌어져 생긴 일이다. 그러자 이전에는 어떤 제품들이 들어왔을지, 그동안에는 식약처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제품과 관련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의 '국내 버전'이 아에르 마스크 사태다. 이제 식약처의 존재이유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식약처는 대외관계 수출문제를 해결하고, 의약품∙ 의약외품 감독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국민건강을 도모하는 것이 식약처의 존재이유다. 식약처가 불량제품을 적발하고 조치할 때는 명확한 메시지를 생산해야 한다.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업체들도 국민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제조할 때는 명확한 룰을 지켜야 한다는 흔들림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아에르 마스크 사태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식약처’라는 믿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면죄부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