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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도입해야하나] ②영국・미국, 일몰제로 부작용 보완 추세 - '재벌 세습수단' 악용우려. 세부 논의 필요
  • 기사등록 2021-05-01 16: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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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국내 비상장 벤처기업에 1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차등의결권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쿠팡이 미 증시에 성공 상장하고 마켓컬리, 야놀자, 네이버웹툰 등도 미 증시에 기업공개(IPO)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차등의결권 때문입니다. 이에 더밸류뉴스는 '차등의결권 도입해야 하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차등의결권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의 장단점, 찬반론을 심층분석합니다]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차등(복수) 의결권은 미국에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창업주가 지분이 낮아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국내 유니콘 해외 상장으로 국가적 손실. 차등의결권 조속 도입해야" 


차등의결권 도입 찬성론의 첫째 근거는 '벤처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있지만 투자가 절실한 창업주가 경영권 위협 없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벤처투자 유치기업의 기업가치는 약 124조8000억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의 60%에 근접하고 있다. 벤처투자 유치기업이 국내 경제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유니콘 기업의 해외 상장으로 국가적 손실을 입은 만큼 법안이 조속하게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유니콘 기업의 상장은 한 국가의 자본시장 수준 및 규모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자 세수를 결정 짓는 요인”이라며 “글로벌 거래소간의 경쟁 관점에서 차등의결권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가능성이 적거나 비현실적일에 대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창업자 역할이 중요하다”며 “법안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어 재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창업자는 11.4%의 주식으로 51.1%의 의결권을 가지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또 벤처 붐이 일어나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에서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 중이다. 이와 같은 해외의 사례로 벤처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유지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내의 한 벤처창업가는 "스타트업이 흔히 말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기 위해 외부에서 투자 유치를 받다 보면 순식간에 창업자 지분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며 "창업가 입장에서 외부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도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차등의결권 제도 관련 정책 토로회'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앞서 2015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로 차등의결권에 대한 중요성이 떠올랐다.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막기위해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후 주주총회 찬반 표대결에서도 지면서 최종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했다. SK그룹 역시 2004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재벌 세습 수단 악용될 수 있어. 차등의결권 불필요" 


그렇지만 단점과 한계도 있다. 


차등의결권은 과거부터 경영권 승계에서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재벌들의 대표적인 '숙원사원'으로 꼽혀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차등의결권 제도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도 이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차등의결권 도입과 벤처기업 성장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향후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재벌 세습, 도덕적 해이, 벤처 버블 등으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도입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악용 가능성은 다양하게 예상되나 사후 구제 절차는 미흡하다고도 지적했다.


정미화 경실련 공동대표는 “재벌・벤처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차등의결권은 불공정성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상장기업의 경영권 방어・보호 권리로서 활용된 법이 없었고, 특별히 비상장기업의 초기 투자・육성 정책으로서 활용된 적도 거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차등의결권은 가족지배 기업집단(재벌) 사익편취, 의결권세습, 반독점(Antitrust)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영・미권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일몰제(IPO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 소멸 등)’, ‘양도제한’ 외에도 소액투자자와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해소(Breakthrough),’ ‘재-추종(Coattail),’ ‘축출(Squeeze-out)’ 등을 통해 이를 줄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비상장 기업은 투자 유치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벤처캐피탈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벤처에 투자할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신생 기업이 차등의결권을 고집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차등의결권이 필요하겠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지분과 경영권의 매력이 없는 상황에서 벤처 기업에 모험할 투자자들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개정안, 'IPO 3년후 보통주 전환' 등 조건 달아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의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이같은 지적이 반영돼 있다. 이 개정안은 ‘제2벤처붐’ 활성화를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1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벤처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창업주의 경영권 희석에 대한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정부는 그간 지적돼온 재벌 세습, 경영주 사익편취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IPO(기업공개) 3년 후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 △기업 존속 기간 10년 이상일 것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질 때만 차등의결권 발행 등을 제시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그럼에도 찬반 양론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5.8%만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유치 경험이 있고 2.6%만 엔젤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정부의 직간접적 금융지원 성격이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허용은 도덕적 해이와 벤처 버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재벌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박상인 교수는 “일몰제와 기업 지배구조 강화만으로는 경영 세습에 악용을 막기 어렵다”며 “차등의결권은 상장하려는 벤처가 요구하는 것이지 비상장 벤처에게는 불필요해, 한국의 특수 상황에서 비상장 벤처의 차등의결권은 재벌 세습의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비상장 기업이 적대적 기업 인수에 노출된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적대적 M&A 위협은 주식 소유가 상당히 분산된 상장 기업에게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국내에서 상법 등에 이미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단이 많기 때문에 도입시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문제점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차등의결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안전장치를 추가로 마련해도 차등의결권은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상법 개정 이후 이익배당, 잔여재산분배에 있어서 우선권이 없으면서도 의결권이 배제된 주식을 발행할 수 있지만(발행 주식총수의 4분의 1), 정관에만 도입하고 발행 실적은 전무하다”며 “이는 의결권 배제주식 매입을 통해 자본을 제공할 투자자가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차등의결권 주식이 발행된 회사에 자본을 제공할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보건 법률사무소 다름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차등의결권 입법 방향은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차등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창업자 일신 전속 규정을 두는 등 나름의 절충안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문 틈으로 발 밀어 넣기’처럼 일단 어떤 제도가 법제화된 뒤에는 그 요건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시민사회의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미진하다”고 언급했다. 


차등의결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문제점이 명확히 갈리고 있어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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