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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조영진 기자]

제넥신이 최근 대규모 전환사채 취득을 공시했다. 빠듯한 현금성 자산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한참 남은 사채 취득을 굳이 서두른 것인데, 취득 공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GX-19 임상 종료’라는 악재가 전해져 두 공시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린다. 


제넥신 CI. [이미지=제넥신 홈페이지 캡처]

제약기업 제넥신(095700)이 ‘전환사채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을 18일 장중 발표했다. 취득을 위해 지출된 금액은 자기자금 총 135억원으로, 전환가액 8만7278원 기준 약 15만4678주에 달하는 규모다. 공시 시각은 한국거래소 기준 오후 14시 45분이다.


한편 제넥신은 2018년 5월 신한금융투자를 주축으로 한 투자자들에게 5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해당 사채 30%(150억원)에는 만기 전 사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부여되어 있었으며, 그 중 135억원어치를 이번에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다.


◆ 제넥신, "싸게 매입할 시점,기회 잡은 것"


18일 장중 공시한 사채 취득 사유에 대해 제넥신은 ‘조기상환권 행사에 의한 사채 취득’이라고 밝혔지만, 여유로운 만기 및 현재 넉넉하지 않은 현금성 자산에도 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전환사채의 만기일은 2023년 5월 18일이다.


지난해 말 기준 825억원이던 제넥신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 187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넉넉한 사채를 일찍이 취득함으로써 135억원의 자기자금 지출이 이루어져, 다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던 기존의 행보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밸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넥신 IR 담당자는 “현재 사채를 싸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당장 현금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지만 조만간 현금 수급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전환가액은 상환 만기일까지 8만7278원으로 일정하다. 제넥신 측은 "확인 결과 콜옵션 행사 기간이 올해 5월부터 내년 초까지로 정해져 있었다"며 "신한 측이 제넥신에게 권리 행사 여부를 문의함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공시 확인 결과, 권리 행사 가능 기간은 '사채의 발행일 이후 2년이 되는 날인 2020년 5월 18일부터 만기일 3개월 전인 2023년 2월 18일까지'로 조사됐다. 


◆ 콜옵션 발표일에 'GX-19' 임상종료 동시 공시


콜옵션 행사 시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시와 맞물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사채를 취득한 제넥신은, 같은 날 시장이 마감된 오후 18시 19분에 ‘GX-19’ 임상 종료를 공시한 바 있다. 이 발표 후 제넥신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제넥신이 미국임상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에 등록한 정보에 따르면, 초기 임상 완료 예상날짜는 2021년 3월 17일, 연구 완료 예상 날짜는 2022년 6월 17일이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번 임상 조기 종료는 회사 판단에 따라 시기 선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더불어 공시 시점 역시 임의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제넥신 임상 관계자는 “원래는 1년 follow-up(지속조치)이 기본으로 2021년내 종료가 예정 기한이었다”며 “다만 임상 시험 계획을 변경·승인받게 되면서 기존 GX-19는 조기종료 보고를 12월 18일자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제넥신 일별 주가 및 매매동향. [이미지=더밸류뉴스]

일부 투자자들은 “제넥신이 이번에 취득한 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해 임상 종료 악재가 반영되기 전 차익 실현 목적으로 매도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공시가 발표된 오후 14시 45분 이후 매매동향에서 거래량 급등과 같은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제넥신 IR 담당자는 "상법상 맞지 않는 사항"이라며 "사채를 취득하면 자기사채로 전환돼 회사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18일 전체 거래량은 전일비 107.96%(53만5871주) 급등한 103만2219주를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임상 종료 사실이 공시되지 않았음에도 비(非) 개인 투자자들은 전부 매도세를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악재가 반영된 21일 개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매수세로 전환한 바 있다.


◆ 신한금투는 차익실현, 백신개발 기대 투자자는 손실


이번 전환사채는 2018년 5월 신한금융투자와 인터베스트를 주축으로 한 ‘지엑스신한인터베스트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의해 진행됐다. 이들은 총 500억원의 전환사채 중 올해 7월 30일 35억원어치, 8월 5일 나머지 315억원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해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는 제넥신 주식 40만1016주에 해당하는데, 전환사채가 보통주로 상장한 8월 18일 이후 신한금융투자의 제넥신 누적순매도가 38만4648주로 집계돼 이목이 집중된다.


만약 38만4648주를 18일 종가(11만6000원) 수준으로 매도했다고 보면, 시세 차익은 무려 11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전환사채를 통해 수급한 보통주 역시 잔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반기 내내 홍보하던 백신 개발이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가면서, 이에 기대를 걸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속앓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joyeongji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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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23 14: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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