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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허동규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보면서 공매도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런데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신용 기준 역시 저 같은 회사원은 꿈도 못 꾸는 수준이어서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재준(가명, 31세)의 말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 공매도 거래 비율은 0.8%로 집계됐다. 이는 외국인(59.1%)과 기관(40.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는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들의 전유물로 개인투자자들은 기회의 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개인에게 공매도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무분별하게 공매도가 이뤄지면 주식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혼란이 문제라면 외국인과 기관도 공매도 제약 조건이 높아야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만 진입 장벽을 높여 더 큰 수익의 기회를 애초에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밸류뉴스가 개인 ‘공매도’ 규제를 낮춰야 하는 3가지 이유를 찾아봤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내로남불 ‘기울어진 운동장’


먼저 첫 번째로,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규제를 완화하면 이러한 기회의 차별을 없앨 수 있다.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기회의 차별로 인식해 주식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개인에게 공매도는 ‘그림의 떡’이니 공매도 관련 문제가 터지면 개인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불공정한 싸움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를 통해 주가 하락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은 무조건적 주가가 상승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주가하락의 리스크는 모두 개인이 부담하는 꼴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개인이 공매도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약이 많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일반적인 주식과 달리 자산과 신용의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차입기간이 한정돼 있으며, 증거금을 담보로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신용등급으로는 힘들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몇 백억을 투자자금으로 굴리는 ‘최상급 슈퍼개미’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이미지=더밸류뉴스]

또한 증권사의 CFD(차익결제거래)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자격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CFD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는 월말 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 본인 자산 1억원 이상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공매도, 거품 꺼뜨리는 ‘정보효율성’↑


둘째, 공매도는 기업의 적정주가를 찾아주고 정보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공매도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기업의 재무제표 오류나 허위사실이 포함된 경우 주가가 기본가치에 가깝게 된다. 즉, 기업의 잘못된 정보를 잡아내고 거품을 가라앉혀 추후의 피해를 막아주는 것이다. 


사기 논란이 된 니콜라 원. [사진=더밸류뉴스(니콜라 제공)]

공매도를 통해 기업의 잘못된 정보를 잡은 예시로 최근 미국 수소차 제조업체 니콜라의 사기 논란이 있다. 이를 폭로한 것은 미국 금융분석 겸 공매도 업체인 ‘힌덴버그리서치’이다. 


지난달 10일 힌덴버그는 ‘니콜라 원’ 트럭 비디오에 대해 니콜라가 프로토타입 트럭의 부품으로 타사 제품을 사용했지만 스티커로 로고를 가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체 추진력이 없는 트럭을 언덕에서 굴려 마치 엔진이 작동하는 것처럼 꾸몄다고 폭로했다. 


보고서 폭로와 동시에 주가는 하락했다. 주가는 2주동안 계속 하락해 9월 24일 19.10달러(약 2만2400원)를 기록하며 2달 전과 비교해 무려 317% 폭락했다. 니콜라의 주식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40% 하락한 수치이다.


힌덴버그가 니콜라에 어느 정도의 공매도 물량을 산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실제로 사기 논란에 일어나기 직전 니콜라의 공매도 물량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달 4일 공매도 물량은 약 140만주에 불과했지만 8일 무려 3000만주까지 올랐다. 힌덴버그의 폭로 이틀 전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니콜라 주가를 의도적으로 하락시켜 공매도 수익을 얻기 위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과대평가된 기업을 거를 수 있었고 자칫 거품이 낄 수 있는 기업의 실질적인 기술력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하락장에서도 활성화?...공매도의 윤활유 역할


셋째, 만약 개인에게도 규제를 풀어 공매도가 활성화된다면 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매도 비율은 4.6%로써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미국과 일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각각 39.6%, 36.4%에 달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주요 증권사 12곳을 제외하곤 공매도를 아예 금지시켰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더라도 주식 수요가 높아져 시장 유동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보통 하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매도를 하거나 주가가 오를 때가지 기다린다. 공매도는 이를 없애고 하락장에서도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공매도를 활용한 차익거래, 롱숏 전략(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 모두에 투자) 등 투자기회가 확대된다는 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에게 기대된다.


전문가들 또한 공매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개인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8일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위원회는 공동정책심포지엄에서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활성화 방안으로는 일본의 예시가 등장했다. 일본은 개인 공매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로 증권금융을 통해 개인들이 쉽게 공매도를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공적 셩격의 별도 금융회사를 만들어 개인에게 주식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도 대안으로 등장했다.


홍인기 한국증권금융 전무는 “일본의 경우 개인이 전체 공매도 거래의 2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적인 거래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도쿄거래소와 일본증권금융이 선정한 2300여 종목에 대해 개인의 공매도 참여가 가능할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해 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bing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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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05 16: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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