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 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시대가 바뀌니 가치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 같다. 게리 미슈리스(Gary Mishuris)는 세상이 바뀌면서 과거 가치투자가 효과적이었던 4가지 이유 중 2가지가 변해서 통계적으로 싼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전통적인 가치투자는 과거보다는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게리 미슈리스는 2016년에 설립된 장기 내재가치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투자회사인 Silver Ring Value Partners의 경영 파트너 겸 최고 투자 책임자이다. 그는 투자회사에서만 잔뼈가 굵어서 투자에 대한 안목이 보통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년 전까지만 해도 통계적으로 싼 주식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보의 비효율성(Informational Inefficiency)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치투자가 통했지만, 정보의 비효율성은 첨단 컴퓨터와 잘 정리된 금융 데이터베이스의 확산으로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의 진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금융데이터의 확산으로 누구라도 쉽게 저평가된 주식에 접근할 수 있고, 그것이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면 더 빨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어서 옛날처럼 주가 상승을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가 두 번째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말하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최근 문제를 미래에 너무 과도하게 투영하는 경향이 있는 행동편향(Behavioral Biases)에 대한 언급은 다소 모호하다.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필자는 투자자들의 행동편향은 미래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가치투자’라는 매력적인 개념을 접한 후에 줄곧 고민한 문제가 성장투자와 가치투자를 굳이 구분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게리 미슈리스가 언급하는 것처럼 성장투자를 가치투자에 대립시켜 이해한다면 성장기업에는 가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성장기업에도 가치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투자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가치투자를 기업의 가치에 기초해서 행하는 모든 투자를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전통적인 가치투자뿐만 아니라 성장투자도 가치투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굳이 전통적 가치투자와 성장투자의 차이가 있다면, 전통적 가치투자는 객관적인 현재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가치를 평가하고, 성장투자는 주관적인 미래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가치를 평가하는 정도일 뿐이다. 양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미래가치를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접근 방법이 다소 다를 뿐이다.
투자는 원래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하여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살펴 본 대부분 투자업계 구루들의 관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투자공부의 알파와 오메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리 미슈리스가 전통적 가치투자의 대안으로 내재가치투자(intrinsic value investing)을 제시하고, 성공적인 내재가치투자는 합리적인 미래 전망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 가치투자 역시 미래가치를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고, 금융데이터의 확산으로 누구라도 쉽게 저평가된 주식에 접근할 수 있으며, 그것이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면 더 빨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어서 옛날처럼 주가 상승을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안전을 선호하는 전통적 가치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쉽게 소외받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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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0년 9월 19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