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André Kostolany) 유럽의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주식의 신이라고도 불린다. "주식시장의 90%는 심리학이 지배한다"고 믿는 그는 수학으로는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내 생각에 의하면 사람들은 수학적 지식을 가지고는 증권시장에서 절대로 이득을 볼 수 없다. 인치 자로는 결코 시세를 잴 수 없으며 수학적 계산으로는 증권시장의 전망을 미리 말할 수 없다.” 그는 확실히 수학 친화적인 투자자가 아니었다.
걸출한 가치투자자 워렌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대단한 수학 실력이 필요했다면 아마 나는 신문 배달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는 수학적 기초를 중시하는 투자자였다. 90세 생일을 맞아 버핏은 “부자 되려거든 ‘복리의 마법’을 믿어라”며 자신의 투자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는데, 버핏의 복리에 대한 믿음이나, 그의 철저한 기업실적 분석은 수학적 기초가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수학보다 음악을 좋아하면서 주식투자를 했지만, 투자에 크게 성공하여 전세계 10개 도시에 집을 가졌고, 헝가리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의 4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면서 인생을 즐겼다. 버핏은 고급수학은 아니지만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자유분방한 수학자들이 시장에서 전통적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려 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투자에서 수학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학자 짐 사이먼스 (James Harris Simons)는 1982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라는 헤지 펀드 회사를 설립하고,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사용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이용하여 투자를 해왔다. 투자자가 수학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수학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주식투자를 한 것이다. 그가 만든 르네상스 메달리온 펀드(Medallion Fund)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1년 동안 투자자 수수료 전 기준으로 66퍼센트의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했고, 수수료 후 수익률은 약 39퍼센트였다.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수익률이다.
수학이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믿는 필자는 투자도 수학적 기초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시장에서 수학의 역할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산출하는 정도에 머무른다고 생각해온 터라서 짐 사이먼스의 놀라운 소식이 필자에게는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점점 수학적 환경으로 변하고, 금융시장은 이미 접이식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미친듯이 일하는 이단적인 수학자들에게 점령당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에도 돈을 벌어주는 50만 줄의 코딩을 해낼 재간이 없는 일반투자자들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전에는 수학이 투자자를 유혹했는데, 현재는 투자가 수학자를 유혹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에서 수학의 매력은 갈수록 빛을 더해갈 것으로 생각된다. 코스톨라니는 짐 사이먼스보다 한 세대 전의 사람이지만, 사실은 금융시장에서 수학은 코스톨라니 시대부터 매력적이었다. 왜냐하면, 투자에서 수학을 무시하고, ‘프랑스를 파멸로 이끈 수학의 천재’에 관한 이야기를 특별히 그의 책의 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는, 코스톨라니도 “추세=돈+심리”라는 공식을 만들어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주식투자에서 수학의 매력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의 추세공식을 2020년 주식시장에 적용해보면 너무나 잘 들어맞아 신기하기조차 하다. 수학은 전통적인 투자자들에게도 황금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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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1년 8월 1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