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 알려진 필립 피셔(Phillip A. Fisher)는 그의 저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에서 투자대상기업을 찾는 자신의 15가지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5가지가 매출액과 관련이 있다. 이 중 3가지는 그가 직접 매출액을 거론하고 있는 포인트이고, 나머지 2가지는 간접적으로 매출액과 관련이 있는 포인트이다. 이를 통해서 매출액에 대한 피셔의 생각을 살펴본다.
피셔의 투자 포인트 중 1번이 “적어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이다. 피셔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일시적인 이유에 의하여 증가해서 주가를 올리는 일이 있어도 그런 기업은 별로 투자하기 좋은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투자 포인트 1번에서 주목할 것은 ‘적어도 몇 년간’이라는 구절이다. 매출액은 매년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보다는 불규칙적으로 들쭉날쭉하면서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경기변동 사이클도 연도별 매출액 비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매출액 성장률은 한해 단위로 끊어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여러 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분석해야 한다.
피셔의 투자 포인트 2번은 “최고 경영진은 현재의 매력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생산라인이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워졌을 때에도 회사의 전체 매출액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있는가?”이다. 이것은 매출성장에 대한 경영진의 자세를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피셔가 얼마나 ‘지속적인 매출액 성장’을 중요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피셔의 투자 포인트 3번은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은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생산적인가?” 이다. 피셔는 연구개발을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의 매출액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투자 포인트 3에서 연구개발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적정 수준으로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기업의 ‘미래 매출액’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피셔의 투자 포인트 4번은 “평균수준 이상의 영업조직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피셔는 고객만족이 반복적인 판매에서 나오며, 전문적인 영업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판매 잠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다. 영업조직이 좋아야 매출액이 성장할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사실을 기업분석에 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피셔의 투자 포인트 7번은 “돋보이는 노사관계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피셔는 노사관계가 생산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생산과 수익에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잦은 파업과 장기 파업은 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매출액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이 투자 포인트도 매출액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지표 대신에 PER, ROE, PEG 같은 순이익을 사용하는 지표들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간단하고 실용적이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을 사용하는 지표로 PSR(Price Selling Ratio, 주가매출액비율)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 매출액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직접 매출액의 변화 추이를 들여다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요소에 기초해서 기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피셔는 성장주 투자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여 워렌 버핏에게 영감을 주었고, 버핏이 마침내 “필립 피셔는 오늘의 나를 만든 스승이다.”라고 고백하게 만들었다. 그런 피셔가 자신의 투자 포인트의 1/3을 매출액에 관한 것으로 채웠다면, 기업분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매출액이 기업분석에서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식적으로 매출이 없으면 이익도 없다. 모든 변하는 것에는 원인이 있다. 피셔는 매출이 변하면 이익도 변하며, 매출이 변하는 데는 그 원인이 있을 것이므로 그것을 추적하여 매출의 변화를 추적하면 기업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상식에 근거하여 기업을 보고 있는 점에서 그 탁월함이 있다. 필자는 기업분석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매출액이라고 생각해 왔으며, 현재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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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0년 7월 31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