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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 RHK. 2015년 11월

원제 : Your Brain on Food: How Chemicals Control Your Thoughts and Feel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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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충격은 우리가 물질적 존재이며, 감정 조차 물질 작용의 산물임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이는 삶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어떤 의미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가? 이웃을 좀더 배려해주고, 내가 무언가를 함으로써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인식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느껴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 먼 엣날 우리 조상들은 일부 식물이나 특정 동물의 신체 부위를 먹으면 상당히 불편하거나 심지어 치명적인 결과가 생긴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발견했다. 이러한 먹거리중에는 파르마콘(Pharmakon)이라고 불린 물질도 있었다. 파르마콘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읊었던 기도문에 언급돼 있다. 파르마콘은 주로 죽음이 임박했을 때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약물이며, 간단히 말해 독약이었다.


원래 파르마코스(Pharmakos)라는 용어는 보통 지역 사회에서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말 그대로 독약을 마시고 희생물로 바쳐진 인간 속죄양을 뜻했다. 그러다가 기원전 600년경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을 의미하게 됐다. 오늘날 쓰이고 있는 제약학(약리학) Pharmacology과 정신약리학 Psychopharmacology 라는 용어는 이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 약리학은 약물이 신체에 작용하는 원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학문이고, 정신약리학은 약물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 영향은 향정신성(향정신성)으로 정의된다. 이는 물질이 우리 뇌를 비롯해 행동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커피, 차, 담배, 알코올, 코코아, 마리화나는 영양소일까? 약물일까? 최근들이 이 경계는 꽤 흐릿해졌다.


- 식물이 생성하는 화학물질이 우리 뇌에 영양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식물과 인간이 지구상에서 동일한 진화의 역사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브로콜리 한 다발을 먹든 아메바를 한 무더기를 섭취하든, 거기에 함유된 화학물질은 우리의 신경 세포 기능은 물론, 우리의 감정과 생각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다.


- 우리가 섭취하는 물질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뇌에 영향을 미치며, 어떤 물질은 다른 물질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향신료, 식물, 동물 부위, 모든 종류의 약물, 커피, 차, 니코틴, 초콜릿이 모두 음식이라고 가정한다. 또한 음식이란 영양소가 있든 없든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 초콜릿이 누구에게는 쾌감을 일으키고 누구에게는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키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진한 다크초콜릿의 성분을 살펴봐야 한다. 초콜릿에는 쾌감을 유발하는 여러 화합물이 들어 있다. 이 중 다수는 우리 뇌에서 향정신성 효과를 일으킨다. 그럼 우리가 초콜릿을 사랑하는 건 이 때문일까? 일부 사람들이 갑자기 분노를 터트리는 것도 이 때문일까? 물어볼 것도 없이 그렇다.


- 스코폴라민을 다량 투여하면 환시와 환청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일명 마녀의 비행용 연고(본래 중세시대 마녀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다투라와 만드라고라의 추출물에 포플러 나뭇잎과 벽난로 검댕을 넣은 후 동물성 지방이나 정향유를 섞어 만든 약물이었다. 마녀들은 나체 의식에서 이 연고를 이마와 손목, 손, 발에 발랐다. (…) 마녀가 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는 이런 체험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지팡이에 연고를 바르고 알몸으로 그 위에 올라타면 자연스럽게 연고가 음순 점막에 묻게 되고, 그럼 연고에 들어 있는 식물의 지용성 유효 성분이 몸속에 빠르게 침투해 환시와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 아코루스 칼라무스(창포)의 함유 물질인 아사론 또한 화학적으로 메스칼린과 매우 유사하다. 이 식물의 뿌리를 씹으면 복용량에 따른 몇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뿌리 약 2인치를 씹으면 가벼운 도취감이 나타나고, 약 10인치를 씹으면 환각 증상이 일어난다. 일부 문화에서는 아내가 하루 종일 이 뿌리를 씹어 그 침을 모아두면 저녁에 남편이 들어와 이를 마신다고 한다.


- 편두통은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는데다, 대부분의 약은 불쾌한 부작용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다. 약 20년 전 효과적이고 안전한 대안 치료제로 트립탄이라는 새로운 계통의 약물이 나왔다. 이 계통의 약물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만, 두통이 일어날 때 바로 복용해야 한다. 또한 추위나 더위가 느껴지거나 몸에 힘이 빠지거나 왠지 ‘묘한’ 느낌이 드는 등의 달갑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묘한 느낌은 종종 ‘세로토닌 증후군’으로 불리는데, 그 증상에는 마음 상태의 변화 도 포함된다. 이런 마음 상태의 변화는 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유전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에게 크게 나타날 수 있다.


- 유제품에는 카세인으로 알려진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장속 효소에 의해 베타­카세오모르핀으로 쉽게 전환된다. 갓난아이가 젖을 먹으면 이 베타­카세오모르핀이 미숙한 장을 지나 뇌로 흡수되어 도취감을 유발한다. (이 시기에는 장과 뇌 사이에 효과적인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유를 처음 맛본 아기는 이 헤로인 유사 화합물이 유발하는 쾌감 때문에 자양분이 공급되는 엄마의 젖을 다시 무는 것으로 보인다. 성인은 혈액­장 장벽과 혈액­뇌 장벽이 완전히 발달했기 때문에 우유를 마셔도 이 도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 커피 한 잔, 콜라 한 컵을 마실 때마다 도취감과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은 카페인이 도파민 신경세포의 활동을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캔 콜라에는 약 40밀리그램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십대는 부모만큼 많은 카페인을 섭취한다. 그저 카페인을 섭취하는 방법만 다를 뿐이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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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7-08 2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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