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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워렌 버핏(아래 사진)이 변했습니다. 정보기술(IT)주 투자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버핏이 애플 투자에 나섰습니다. 버핏의 ‘IT 기피증’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버핏오마하헤럴드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6일, 올 3월말 현재 10억달러 상당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버핏은 그동안 주주들의 원성에도 "가치평가를 할 수 없다"며 IT주 매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는 1999년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 사회가 (IT기업) 상품과 서비스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반적 시각을 공감한다"면서도 "우리의 문제는 이로 인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2년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어떻게 가치 평가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구글이나 애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던 버핏은 지난달 주총에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극찬하며 IT주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버핏은 야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댄 길버트 퀴큰론스(모기지 업체) 회장과 함께 야후 인터넷 사업부문을 사기로 했습니다. 버핏이 세간의 추측대로 은퇴라도 하는걸까요?


◆ 애플, 고성장은 끝났다..가치주로 변화

사실 이번 투자는 버핏의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월가에서는 버핏이 최고투자책임자(CIO) 후보로 점찍은 토드 콤스와 테드 웨실러가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매수한 주식은 애플의 유통 주식의 0.2%도 안돼 이들의 독립적인 결정으로 추정됩니다.


버핏의 결정이 아니라고 해도 가만히 뜯어보면 이번 투자가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닙니다. 올초 시장에서는 성장세 둔화로 애플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위상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CNBC는 "애플이 버크셔 매수 훨씬 전부터 전형적인 버크셔 주식이었다"고 표현하며 애플이 가치주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이폰SE
애플 주가(아래 사진)가 많이 싸진 것이 그 근거중 하나입니다. 애플 주식은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여름 130달러를 찍은 후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수익의 11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이는 S&P500지수 상장 종목 평균인 20배의 절반 수준입니다. 또다른 IT주인 구글(29배)과 페이스북(72배)에 비해서도 무척 쌉니다.


애플주가


토니 사코나기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지난 몇 년간 시장배수 이하로 거래돼 왔으며, 특히 지난달 이후 점점 더 비관론이 거세지고 있다"며 애플이 "가치 투자자를 더 끌어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주가는 많이 떨어졌지만 애플이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수익을 잘 내는 기업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올해 후반 아이폰7 출시로 아이폰 교체사이클이 시작되면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애플이 예상 가능한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된 것도 가치주로 꼽을 수 있는 요인입니다. 애플의 제품이 처음에는 ‘첨단’이었지만 점차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폰처럼 '일상적인 제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또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 높은 고객을 거느리고 있는 애플은 버핏이 좋아하는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다만 버핏이 5년전 투자한 IT기업인 IBM은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IBM은 클라우드 부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버크셔 매수 후 주가가 20%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버핏의 장기투자 스타일로 볼 때 IBM 투자를 실패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일러보입니다.


한편 버핏의 매입 소식에 앞서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 지난해  '헤지펀드 연봉킹' 3위에 오른 데이비드 테퍼가 애플 주식을 모두 털었다고 밝혀 어느 쪽이 옳았을까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후계자 권한 커질 것으로 전망돼

버핏의 태도 변화와 더불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투자를 결정한 후계자 후보들입니다. 앞서 버핏은 후계자를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나눠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애플 투자를 결정한 토드 콤스(아래 사진 왼쪽)와 테드 웨슬러(오른쪽)가 바로 CIO 후보입니다.


버핏후계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이들은 버크셔 자회사의 연금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초 인수한 항공기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연금펀드 운용 권한도 넘겨 받는 등 점차 권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웨실러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에서 2년 연속으로 버핏과 만나 능력을 어필한 끝에 버크셔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콤스는 버핏과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동문이며 그가 만든 헤지펀드 '캐슬포인트'가 좋은 성적을 거둬 버핏의 눈에 들었습니다. 


버핏은 올 초 발표한 주주서한에서 “이들을 채용한 것은 내가 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라고 적어 이들에 대한 신임을 표현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버크셔의 투자 대상이 IT 뿐 아니라 폭넓은 산업으로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콤스와 웨실러는 이전에도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DVR)업체 티보(TiVo)나 위성 텔레비전 방송인 디렉트TV 등 IT주에 투자해 왔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버크셔는 도메인 관리업체인 베리사인(1300만주 보유)과 보험데이터업체인 베리스크 애널리틱스(156만주), 통신사 버라이즌(1500만주) 주식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간 외면해왔던 IT주 투자에 관심을 가진 버크셔가 앞으로도 수익률 신화를 써내려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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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5-23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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