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워렌 버핏이 '브렉시트'라는 혼돈 앞에서 다시 한번 '오마하의 현인'임을 증명했습니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무너지자 버핏은 사람들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다며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이른 발언이 아닌가?" 생각하기 무섭게 시장에 안도감이 퍼졌고, 역시 버핏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가매수는 가치투자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증권 분석의 아버지"이자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종목 20~30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 이상 시장이나 기업에 관해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거나 멋진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주식은 보통 그만큼 비싸기 마련입니다. 수익의 50배가 되는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기도 하죠. 그러나 브렉시트 같이 모두가 공포가 휩싸일 때는 좋은 주식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게다가 좋은 기업, 그러니까 제2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그리고 웰스파고를 발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의 영원한 고수익 테마들’의 저자이자 1985년 창립 이래 연간 4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사모투자 파트너십인 고섬 캐피털의 설립자 조엘 블라트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뛰어난 기업의 주식을 저평가된 가격에 매수한다는 전략은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뛰어난 기업을 가려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보통 크게 저평가된 건실한 기업을 자주 발견하지는 못한다. 워렌 버핏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한 투자의 대가는 많지 않다."
금융 전문가도 좋은 기업을 고르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인지 자존심을 버리고 버핏의 투자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합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한 전략가는 호주 증시에서 버핏의 투자 전략을 따라해 종목을 구성한 투자 포트폴리오 '버퍼루(Bufferoo)'를 만들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저가매수 기회가 남아있는 이 시점에 버핏이 어떤 주식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중간 점검 차원에서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성적이 좋은 주식 5종목을 소개합니다.
좋은 기업을 싸게 매수한 후 매도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보유 주식의 주가가 폭등하거나 기업의 실적 악화 등 기초 체력에 변화가 생긴다면 무조건 팔아야 할까요? 여기에 그린블라트는 "나쁜 주식은 단기매매하고 좋은 주식은 장기투자하라"고 조언합니다.
1. 美 케이블 TV업체 차터커뮤니케이션 (올해 7월 6일 기준 연초대비 +27%, 1년 +33%)
차터커뮤니케이션은 타임워너 케이블과 브라이트 하우스 네트워크 인수로 올해 컴캐스트에 이어 단숨에 업계 2위로 부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처음 투자에 나선 버핏이 다른 미디어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라는 이벤트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미디어업계에서 넷플릭스, 아마존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의 선전에 위기를 느낀 케이블 TV 방송중계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2. 미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연초대비 +25%, 1년 +26%)
버라이즌은 1억1200만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미국 최대의 통신사입니다. 현재 버라이즌은 모바일 광고와 비디오 전략을 강화해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신주는 경기 침체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경기 방어주로 꼽힙니다. 버라이즌은 야후 인터넷사업부의 유력한 인수 후보이기도 합니다.
3. 식품회사 크래프트하인즈(연초대비 +23.7%, 1년 +26%)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그룹과 케첩 제조업체 하인즈의 합병이 지난해 7월 마무리돼 북미 3위, 세계 5위의 거대 식음료 회사인 크래프트하인즈가 탄생했습니다. 이번 합병은 브라질 사모펀드이자 식품업계 투자 ‘전문’인 3G캐피탈이 버크셔와 손잡고 추진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굴뚝산업 소비재주를 좋아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크래프트하인즈 덕분에 순이익이 2014년 199억 달러에서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241억 달러로 급증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4. 유통공룡 월마트(연초대비 +21%, 1년 +4%)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월마트는 지난해 35년만에 매출이 처음으로 감소하며 위기설이 제기됐습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업체에게 손님을 빼앗긴 탓입니다.
그러나 월마트는 미국 내에서 온라인 식품 판매 지역을 늘리고 자체 결제 시스템인 ‘월마트 페이’를 내놓는 등 아마존과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5. 기술주 IBM(연초대비 +12%, 1년 –4.4%)
그동안 외면했던 기술주인 IBM에 2011년 처음 투자한 버핏은 장기적으로 보유 지분을 늘리겠다고 말해왔습니다. 1990년대 후반,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술주를 사지 않았던 버핏은 IBM 이후 애플에도 투자하는 등 점차 기술주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버핏은 은행주 웰스파고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리게 해달라고 미 연방준비제도에 신청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북미 지역 시가총액 1위인 웰스파고는 1852년에 설립됐으며 자기자본 기준 세계 8위, 지점은 9000여 개에 달하는 소매 영업의 세계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한때 지역은행에 불과했던 웰스파고는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온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세계 최고 금융사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 고객에게 여러 금융상품을 반복적으로 파는 ‘교차판매(cross-selling)’ 전략은 한국 은행 사이에서도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1989년부터 이 은행에 투자해온 버핏은 웰스파고를 “통째로 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않지만 버핏이 지분을 늘린다는 소식에 주목해 저가매수해볼 만한 종목입니다.
[차예지 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