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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의료·바이오 특허와 약가 규제의 충돌...두 공익 사이에서

  • 기사등록 2026-05-26 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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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미현 변호사]

[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특허는 독점을 허락하는 제도다. 본래 독점을 용납하지 않는 시장 경제에서 특허를 용인하는 이유는 혁신에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한데, 그 결과물이 경쟁자에게 즉시 복제된다면 누구도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특허는 국가가 발명자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그 기술을 공개하게 해 사회 전체의 지식 축적을 촉진한다는 논리에 의하여 정당화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개념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이 의약계이다.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의 임상 과정과 수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특허라는 독점적 보상이 없다면, 그 긴 터널을 통과하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허가 의약 혁신의 엔진이라면, 그 엔진에는 브레이크도 필요하다. 신약이 아무리 뛰어나도 환자가 살 수 없는 가격이라면, 혁신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의약품은 소비재가 아니다. 대체재가 없는 희귀의약품이나 항암제에서 약값은 곧 생사의 문제다. 건강보험 재정을 운용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천문학적 약가를 방치할 수 없다.


이에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와 협상해 급여 등재 여부와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더 첨예한 문제는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이다. 특허법 제106조의2는 국가 비상사태 등의 경우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실시권을 허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부 국가들이 백신·치료제에 이를 발동했고, 국제사회에서도 트립스(TRIPS) 협정 유연성 조항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다. 


한국은 강제실시권을 발동한 전례가 없다. 그러나 고가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문제가 반복될수록, 이 조항이 언제까지나 봉인된 채로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그런데 특허권은 헌법 제22조가 보호하는 재산권의 일종이다. 국가가 특허권자의 의사에 반해 약가를 강제하거나, 급여 등재를 사실상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약가를 인하한다면 이는 재산권 침해 혹은 수용(收用)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의 약가 정책에 대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절차를 검토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의약품 협의 채널을 활용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물론, 반대편의 논거도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 재정은 가입자 전체의 공동 자산이다. 국민의 보험료로 특정 제약사의 이윤을 보전해야 할 의무는 없다. 더욱이 특허 독점이라는 혜택 자체가 국가 제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 혜택의 범위와 조건을 국가가 조율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특허청이 특허를 부여하고, 식약처가 허가를 내주고, 건보공단이 급여를 결정하는 구조 전체가 국가 개입의 산물임을 상기하여 보라.


혁신에 보상하는 사회와 생명에 접근권을 보장하는 사회, 재산권인 특허와 환자의 치료 접근권, 생명권. 충돌하는 듯 보이는 이 두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생명권·건강권이 재산권보다 상위의 헌법적 가치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재산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견지를 일관한다면 오히려 생명권이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하자. 


혁신 없는 접근권은 공허하다. 접근성 문제는 특허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재정 지원·보험 확대 등 수단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갈등의 구조를 드러내고, 균형점을 찾는 언어를 제공하는 것 — 법률가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몫이 아닐까 한다.


[전문가 칼럼] 의료·바이오 특허와 약가 규제의 충돌...두 공익 사이에서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사진=율림] 


h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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