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문가 칼럼] 자영업의 진짜 위기는 폐업이 아니라 채무다

  • 기사등록 2026-04-29 11:36:56
기사수정

[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최근 몇 년 사이 자영업 폐업률이 빠르게 상승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자영업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 임대보증금, 시설투자, 운영자금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하므로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붕괴가 순식간이다. 게다가 여기서 자영업 채무는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는 보증금 반환 문제, 거래처와의 미수금, 개인보증이 결합된 대출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얽혀 있다. 


이처럼 얽히고 섥힌 법률관계에서 가장 약자는 자영업자이다. 금융기관은 담보와 보증으로, 임대차 시장은 보증금으로 리스크를 흡수하나, 자영업자는 어떠한 안전 장치 없이 매출 변동이라는 불확실한 풍파를 정면으로 맞고, 폐업 이후에도 장기간 빚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한 불행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장치가 채무조정, 개인회생, 파산 절차이다.

채무조정은 신용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상환 기간을 늘리고 이자를 줄이는 방식이다. 대신 원금 자체는 대부분 유지된다. 개인회생은 일부를 정리한 나머지 채무를 일정 기간 동안 소득 범위 내에서 변제하는 구조다. 변제 기간 동안 소득이 유지되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소비와 신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파산은 채무를 전부 면책받는 절차다. 파산 절차에 따르는 경우 신용에 중대한 제한이 초래된다.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자영업 채무는 조기에 구조화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여전히 “조금만 버텨보자”는 판단이 우선하는 듯하다. 왜 사람들은 채무를 조기에 정리하지 못할까.

우선 인식의 문제가 있다. 채무조정이나 회생, 파산은 여전히 ‘실패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가 일단은 절차를 회피하고 본다. 그러나 이자와 연체, 법적 분쟁이 결합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특히 지연 비용은 굉장히 치명적이다. 정보가 부족한 이유도 있다. 실제로 많은 채무자들이 자신이 어떤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상담은 대부분 연체 이후에야 시작되고, 그 시점에서는 이미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기 경보와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정 기간 이상 매출 감소가 지속되거나, 금융채무의 연체가 시작되기 직전 단계에서 채무조정 상담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절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과정으로 인식된다. 이를 단순화하고, 초기 상담 단계에서 예상 결과와 불이익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두려움’은 행동을 지연시키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시나리오’는 결정을 앞당길 테니까.


[전문가 칼럼] 자영업의 진짜 위기는 폐업이 아니라 채무다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사진=율림]


hsh@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4-29 11:36:5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더밸류뉴스TV
그 기업 궁금해? 우리가 털었어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리그테이블더보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