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AI시대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지속하여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는가. 사실 법률 시장은 AI가 침투하기 가장 용이한 시장이었을지 모른다. 법률 서비스는 오랫동안 정보 비대칭에 기반한 산업이었다. 의뢰인은 법을 모르고, 변호사는 법을 안다. 이 단순한 구조 위에서 법률 서비스는 작동해왔다. 전문가가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법률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정보의 전달에 그쳐도 괜찮았다.
그런데 AI는 이 구조를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기본적인 법률 정보, 판례, 서면 구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아는 것” 자체는 더는 경쟁력이 아니다. AI는 이 영역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비용도 낮다. 이 영역은 필연적으로 자동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질문에 대하여 우선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정보를 제공하는 변호사”는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변호사는 누구인가. 혹은 대체될 수 없는 변호사의 역할이 여전히 존재하는가. 여기에 대답하기 위해 다음 사실을 고찰해보자.
1. 얕은 정보와 깊은 정보는 구분된다. 정보의 깊이는 이해력에서 온다. 같은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이 정보에 대한 일반인과 전문가의 이해가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전문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 차별점이 있다. 깊은 이해력은 또 어디서 얻어지는가. 반복된 경험에서 온다. 일반인에게는 인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한 분쟁이 변호사에게는 일상이다. 여기에 변호사가 전문 분야를 가진다면 이해도는 더욱 깊고 날카로워 질 것이다. 특정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깊이”를 확보하는 것이 변호사의 자질이 될 것이다.
2.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를 선별하고 어떻게 문제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AI가 제공하는 법률 정보는 일반인과 전문가에게 모두 열려 있다. AI 시대의 의뢰인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가 많아질수록 선택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보를 아는 것과, 그 정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AI가 일반인에게 법률 정보에로의 접근을 허용하였지만, 전문가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변호사는 AI를 도구로 이용해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여러 방면에서 검증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AI는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3. 책임에 관한 문제도 고찰할 법하다. AI는 법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AI는 방법을 추천은 할 수 있어도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의뢰인은 법 조문이 궁금해서 오는 게 아니라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선택이 맞는지”, 즉 “불확실성 속에서 확신을 얻기 위해” 온다. 생각해보면, 법률서비스의 본질은 정보가 아니라 책임과 신뢰에 있지 않은가 한다. 변호사는 단순히 법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이 차이는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신뢰는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는 관계에서 형성된다. AI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지는 않는다.
AI의 확산은 법률 정보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정보의 확대가 곧 위험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확신은 더 큰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 법률 분쟁은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과 책임의 문제이다. AI가 확산되면서 나홀로소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지만 주의하자. 나홀로소송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은 곧 모든 리스크를 스스로 부담하겠다는 의미이다. 소송은 실험이 아니다. 결과는 실제 삶으로 돌아온다. 법은 공정할 수 있지만, 싸움은 공정하지 않다.
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사진=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