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면역·합성치사항암제와 오가노이드.
대웅제약(대표 박성수·이창재)의 맞춤형 정밀의학 치료법에 기반한 차세대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DWP216’ ‘DWP217’ ‘DWP223’ 항암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돼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한다. 둘 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최적화된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하는 만큼 향후 신약 개발의 핵심 패러다임을 리드할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대웅제약이 R&D 파이프라인 성과로 기업 가치를 점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출액 1.2조 역대 최대 실적...혁신 신약 주도로 영업이익 22.7% 성장
대웅제약은 지난해 별도기준 연 매출액 1조2654억원, 영업이익 1638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22.7% 증가한 수치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전문의약품 라인업이 8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혁신 신약인 펙수클루와 엔블로를 중심으로 크레젯, 다이아벡스, 릭시아나, 세비카 등 주요 품목과 코프로모션 제품들이 골고루 성장한 점이 주효했다.최근 10년 대웅제약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는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합산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출시 3년 만에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PPI 제제의 단점인 느린 약효, 짧은 반감기, 낮은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며 SGLT-2 억제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대웅제약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고순도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대폭 성장해 지난해 연간 매출 1864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4%에 달할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상품명 주보(Jeauveau®)로 미용 톡신 시장 점유율 13%를 확보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대웅제약 품목별 및 제품 매출액 비중. [이미지=대웅제약]
대웅제약의 실적 향상에는 효율적인 원재료 수급과 생산 시스템 최적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요 원재료인 우르소데옥시콜산(Ursodeoxycholic Acid, 우루사)와 펙수프라잔 염산염(펙스클루)을 대웅바이오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향남공장과 오송공장의 가동률을 각각 158%와 101%로 유지하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한 리스크 헤지 효과를 가져왔으며, 미노사이클린 염산염(Minocycline Hydrochloride), 에르도스테인(Erdosteine, 엘도스) 등 해외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원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메트포르민 염산염(Metformin Hydrochloride, 다이아벡스)와 같은 일부 원재료는 2만9083원/KG으로 전년대비 3.9% 상승한 반면, 펙수프라잔 염산염은 470만8730원/KG에서 456만3442원/KG으로 3.1% 하락하는 등 전략적 소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했다.대웅제약 최근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표적·면역·합성치사 차세대 항암제 파이프라인, 글로벌 무대서 '첫선'
대웅제약은 호실적에 힘입어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표적항암제 'DWP216', 면역항암제 'DWP217', 합성치사항암제 'DWP223'3종의 항암제 후보물질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모두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 신약이다.
이번 발표는 대웅제약이 기존의 자가면역질환, 특발성 폐섬유증 등의 영역을 넘어 항암 영역으로 R&D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 파이프라인이 현재 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세 가지 접근법을 모두 포괄하고 있어 치료법 간 시너지와 복합 전략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NS Insider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종양학 약물 시장은 2023년 202억3000만달러에서 2032년 530억3900만달러로 연평균 성장률(CAGR) 11.34%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표적 의약품 부문은 지난해 48.9% 이상 시장점유율로 항암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면역 치료법은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종양 약물 시장 성장 전망. [자료=에스엔에스인사이더]
DWP216의 가장 주목할만한 특징은 선택성과 뇌혈관 장벽(BBB) 투과성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TEAD 억제제들은 TEAD1~4를 모두 억제하는 비특이적 특성을 가져 신장 손상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지만, DWP216은 TEAD1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최초의 화합물이다. 이는 타겟 특이성이 높은 정밀의학 트렌드와 부합하는 접근법으로 효능은 최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한 동물 모델에서 BBB 투과성이 확인된 점은 뇌 전이가 흔한 NF2 변이 암종 환자들에게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EGFR 및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과 췌장암에서 기존 표준 치료제와의 병용 시 상승 효과가 관찰된 것으로, 이는 약제 내성 발생이 큰 문제인 현 항암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면역항암제 DWP217은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현재 항암 시장을 주도하는 PD-1/PD-L1 타겟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면역회피 기전 중 하나만을 차단하지만, 실제 종양미세환경(TME)에는 다양한 면역 억제 인자들이 존재한다. DWP217이 타겟으로 하는 아르기나아제는 T세포의 기능을 저해하는 핵심 효소로, 이를 억제함으로써 종양에 대한 면역 응답을 활성화시킨다. 동물 실험에서 기존 아르기나아제 억제제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CD8+ T세포의 침투와 활성화를 증진시키는 결과가 확인됐다. 면역항암제 시장이 다중 표적 접근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DWP217은 기존 PD-1/PD-L1 억제제와의 병용을 통해 더 넓은 환자군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성치사항암제 DWP223은 유전자 특이적 취약성을 공략하는 정밀의학의 전형을 보여준다.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는 두 가지 유전자의 동시 결핍이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암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혁신적 접근법이다. DWP223은 BRCA 변이 암세포에서 Polθ(Pol Theta) 단백질 의존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주목할 점은 PARP 억제제 내성 모델에서도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내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또한 독성 측면에서도 체중 감소나 혈액학적 독성이 관찰되지 않아 안전성 프로파일이 우수하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만하다. DWP223는 BRCA 변이 암 치료의 전체 패러다임을 확장시킬 가능성이 있다.대웅제약 국내외 매출액 비중. [이미지=더밸류뉴스]
이번 AACR 발표는 대웅제약이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회사가 아닌,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혁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R&D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맞춤형 의료시대 대비...동물실험 없는 오가노이드 기술 선제적 확보
대웅제약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대량 생산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미래 신약 개발 패러다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를 모방해 만든 3차원 형태의 조직으로, 환자의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 재생에 활용되는 '인체 장기의 축소판'이다. 대웅제약은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핵심 소재 및 배양 용기 개발, 생산 실시간 모니터링 및 품질평가용 핵심 부품 개발, 대량 생산 자동화 공정 기기 개발 등 3개 세부 과제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오가노이드 시장 성장 전망. [자료=프로마켓리포트]프로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3년 16억8000만 달러에서 2032년 112억7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측 기간 동안 23.55%의 연평균 성장률(CAGR)이 전망된다. 이러한 급성장은 개인 맞춤형 의료 및 신약 개발에 대한 수요 증가,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 정부 지원 확대, 재생 의학에서의 응용 인식 증가 등에 기인한다. 신약 발견 및 개발 과정에서 오가노이드 활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세포주보다 생리학적으로 더 정확한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오가노이드 기술의 중요성은 최근 미국 FDA의 정책 변화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FDA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고, 오가노이드 실험과 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 등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을 적극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R&D 비용을 낮출 뿐 아니라, 동물실험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오가노이드 생산은 3D 구조의 특성상 영양소와 산소를 고르게 공급하기 어려우며,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 품질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핵심 소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 배양 용기 개발, 세포외 기질과 성장 인자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 자동화된 생산 공정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의 글로벌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내 바이오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