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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니오' 홈페이지 사라졌다…고려아연이 5,800억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 이그니오 홈페이지 주소 입력하면 ‘페달포인트’ 홈페이지로 연결

- 이그니오 계열사들 페달포인트로 사명 변경

  • 기사등록 2025-01-13 15: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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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호겸 기자]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이 2022년 5,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회사 '이그니오'의 홈페이지가 갑자기 사라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그니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가 인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그니오 홈페이지 클릭하면 페달포인트로 자동연결


13일 현재 이그니오의 공식 홈페이지(igneo.com) 주소로 접속하면 이그니오가 아닌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pedalpoint.co)로 연결된다. 


\ 이그니오\  홈페이지 사라졌다…고려아연이 5,800억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홈페이지 캡쳐 화면. 이그니오의 홈페이지 주소(igneo.com)으로 접속하면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이그니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으며, 이그니오의 계열사들은 페달포인트의 자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활용 기술 보유업체라는 이그니오 테크놀로지는 '페달포인트 테크놀로지'로, 전자폐기물 파쇄 및 분류 회사인 이브이테라(EvTerra) 리사이클링은 '페달포인트 리사이클링'으로, 프랑스의 소성로 운영 기업인 이그니오 프랑스는 '페달포인트 프랑스'로 바꿔 소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로고 또한 기존 이그니오 로고에서 페달포인트의 로고로 변경됐다. 미국 최대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서비스인 링크드인에도 이그니오라는 이름 대신 모두 페달포인트로 바뀐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일하게 이름이 바뀌지 않은 회사는 고려아연이 지난해 4월 약 740억 원(5,500만 달러)에 인수한 비철금속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Kataman) 뿐이다. 캐터맨의 경우 페달포인트의 홈페이지에서 회사 정보를 클릭하면 기존의 캐터맨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설립 1년 스타트업을 5800억에 인수


고려아연은 계열사 페달포인트를 통해 같은 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그니오의 구주 지분 100%와 신주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당시 환율로 한화 약 5800억원이었다. 


고려아연은 당시 이그니오를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소비국가인 미국에서 전자폐기물을 수거 및 파쇄하여 중간재를 판매하는 도시광산 기업"이라며  "이그니오의 지분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대를 넘어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고려아연의 RE100 달성과 친환경 및 탄소중립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이그니오\  홈페이지 사라졌다…고려아연이 5,800억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영풍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4. 12. 31. 단위 %. 

그러나 고려아연이 이그니오의 지분을 100% 인수한 2022년 11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그니오는 완전자본잠식(마이너스 18억7300만원) 상태였으며, 연 매출액은 29억 원에 불과하다. 완전자본잠식 회사를 매출의 약 202배의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게다가 이그니오는 인수 1년 전인 2021년 미국에 설립된 스타트업이었다. 


또한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의 인수 전인 2021년 10월 경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전자폐기물 재활용 소성공장 설립을 위해 미화 약 8,500만 달러(1,14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고려아연 인수 이후인 2023년 6월경 투자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쌓이는 상황이다.  2022년 고려아연이 신생회사인 이그니오를 인수할 당시 구주 지분 매도자들에게 투자1년여만에 최대 100배의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나타나 인수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이그니오 설립 당시 초기 출자 자본금 총액은 약 275만 달러였는데, 불과 1년 6개월만에 고려아연이 인수하면서 구주 인수대금으로 치른 금액은 약 3억 달러였다. 설립 초기 주주들로서는 회사 설립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런 와중에 고려아연이 무려 5,8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기업의 사명과 로고 등을 불과 2년 만에 통째로 바꾸며 브랜드가치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업계 반응이 나오고있다.  또, 시장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페달포인트' 라는 명칭을 사용한 점과 캐터맨의 사명은 변경하지 않은 점 등에서 기업의 이미지 통합을 위한 CI작업의 일환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 이그니오\  홈페이지 사라졌다…고려아연이 5,800억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영풍,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일지. 

업계 안팎에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이사회 재편 및 집행임원제 도입 등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소집을 청구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이 이그니오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아예 이그니오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할 당시 설립된지 얼마 안 된 신생기업을 제대로 된 실사 없이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을 책정했고, 그 결과 매도자들에게 최대 100배라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며 "최윤범 회장 측은 이그니오 흔적 지우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이그니오 투자의 진실에 대해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laghrua8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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